공사-도매시장법인간 입장차 ‘팽팽’
고품질 농산물 출하자 부담 여부·물류개선 효과 논란
7월부터 시행…따르지 않을땐 ‘행정처분’에 ‘소송’ 맞서
서울 가락시장 표준하역비 정률제 전환을 놓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도매시장법인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현재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규격출하품에 대한 위탁수수료는 농산물 판매대금의 4%에 해당하는 정률의 상장수수료에 더해 품목별·중량별로 책정된 정액의 표준하역비를 추가 징수하는 구조이다. 공사는 이를 단일화해 ‘거래금액의 (4+α)%’인 정률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공사)가 수차례에 걸쳐 7월 표준하역비 정률제 도입 방침을 밝힌 가운데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가락시장지회(이하 지회)가 22일 공문을 통해 이를 정면 반박하고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핵심 쟁점에 대한 공사와 지회 간 입장차가 워낙 커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쟁점을 짚어본다.
◆농가부담 증가하나=핵심 쟁점 중 하나는 표준하역비를 정률제로 바꿀 경우 농가 부담이 늘어나는가의 여부이다. 이에 대해 공사와 지회는 상이한 조사결과를 내놓고 있다.
지회는 표준하역비를 정률제로 바꿀 경우 고품질 농산물 출하자의 추가 부담이 2015년 기준으로 연간 약 45억원에 이르며, 추가 부담이 예상되는 출하자 수가 가락시장 청과부류 전체 출하자의 36%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지회는 청송사과유통공사의 경우 정률제로 전환되면 현행 대비 13.5% 증가한 연간 5500만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출하규모가 크고 브랜드 가치가 높은 품목의 출하자일수록 부담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회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사는 고품질 출하자의 추가 부담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공사는 2015년 사례를 분석한 결과 고품질 출하자일지라도 출하품 전체가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은 것이 아니어서, 출하품 전체 수수료를 합산하면 현재 수수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사는 고품질 농산물 출하자에 대한 별도 보전 방안을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성수 유통본부장은 “고단가 농산물 출하자 문제는 여전히 공사가 고심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정률제가 시행되더라도 도매시장법인의 위탁수수료율 인하나 출하장려금 지급방안 마련 등을 통해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물류개선 효과 있나=정률제를 도입할 경우 물류개선을 앞당길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지회는 정률제 도입과 팰릿 출하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개장 초기부터 정률제를 도입한 강서시장의 경우 2015년 팰릿 출하율이 25%인 반면 정률제를 도입하지 않은 가락시장의 팰릿 출하율이 29.1%인 것을 보면 정률제와 하역효율화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회는 현재 가락시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표준하역비제도는 정률제냐, 정액제냐의 접근보다 팰릿 출하 확대라는 근본 취지에 비중을 둘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표준하역비 적용대상 기준을 완전규격출하품으로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사는 완전규격출하품으로 표준하역비 대상 품목을 한정하자는 법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락시장의 완전규격출하품 비율이 2015년 기준 6.4%에 불과한 상황에서, 표준하역비 대상을 완전규격출하품으로 제한할 경우 출하자 부담 경감의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공사 측은 7월부터 표준하역비 정률제를 시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지회 측은 과거 유통 주체 간 합의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현행 수수료 징수 방식은 농안법에서 정하고 있는 청과부류 위탁수수료 징수 상한인 7%를 초과하지 않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안인 만큼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김성수 유통본부장은 “도매시장법인이 표준하역비를 부담한다는 내용은 농안법에 명시된 사항으로 이론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라며 “6월 내 도매시장법인 대표자들과 다시 한번 논의하는 자리를 가질 수는 있으나 7월부터 본 계획을 추진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만일 도매시장법인 측에서 표준하역비 정률제 방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표준하역비 정상화를 통해 도매시장법인에 하역체계 개선 동기를 부여하고 출하자 비용을 경감시킬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매시장법인의 한 관계자는 “표준하역비 제도 도입의 목적은 물류 효율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물류비를 줄여 출하자 부담을 경감하자는 것이지, 출하자가 부담하는 하역비를 도매시장법인에게 부담함으로써 출하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와 거리가 있다”며 “공사 측에서 행정처분을 내린다면 행정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성홍기·이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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