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농산물유통법인 건의
배추·무·양배추 완전 철폐…무 등급별 경매시행 등 요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출하자·중도매인 협의 필요”
농협과 농산물 유통법인들이 도매시장의 ‘재(우수리)’ 관행 철폐에 나섰다.
농협중앙회와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회장 백현길)는 23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가락시장 농산물 재 관행 철폐 관련 관계자 회의’를 열고 도매시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농산물 재 관행 철폐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전달했다.
재는 배추·무·양배추·수박 등 4개 품목에 대해 출하량의 일정비율에 경락가격보다 낮은 금액을 지급하거나 출하량의 일정비율을 덤으로 주는 것을 말한다. 현재 가락시장에서 배추는 전체 출하물량의 20%에 대해 경락가격의 60%,
무·양배추는 10%에 대해 경락가격의 50%만 지급한다. 수박은 50개당 1개를 덤으로 주고 있다. 수십년째 이어져온 이 같은 관행은 ‘유통마진’으로 자리 잡아 출하농가들의 수익을 감소시키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2008년 재 관행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는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폐지를 추진했지만 중도매인들이 가락시장 출하물량 전체에 대한 가격 재조정에 나서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문제는 가격 결정권을 가진 중도매인들의 요구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락시장 특수품목 중도매인연합회는 5월 무의 재 비율을 15%로 올릴 것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도매법인들에게 전달했다.
중도매인들은 건의문에서 “저장무의 상태가 갈수록 나빠져 규격 미달품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영업손실이 심각하기 때문에 출하물량의 15%에 대한 경락가격 하락 조정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출하농가를 대표하는 농협과 농산물 유통법인들은 중도매인들의 요구가 도를 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재 관행 철폐를 통한 경매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관계자 회의에서 ▲배추·무·양배추의 재 관행 철폐 ▲무의 등급별 경매 등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기로 합의했다. 수박의 경우 검품이 어렵다는 점과 시식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기존의 덤을 인정하기로 했다.
김봉규 겨울배추생산자협의회장(전남 해남 문내농협 조합장)은 “배추의 포장과 선별방식이 개선되면서 지방도매시장에서는 재 관행이 사라지고 있지만 가락시장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도매시장에서 품위와 무관하게 일괄적으로 재를 적용하고 있다”며 “법적인 근거도 없는 악질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현길 회장도 “중도매인들이 출하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재 철폐를 강력히 요구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이해관계자들이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장식 농산팀장은 “원칙적으로 재를 없애는 것이 맞지만 일부 품목은 차상경매가 이뤄지고 있어 사전검품이 어렵다”며 “시장현대화 작업이 완료돼 하차경매가 보편화되기 전까지는 출하자와 중도매인 간의 협의를 통한 자체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재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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