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같이 살면 기초연금을 깎는다. 그래서 일부러 가짜로 이혼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노인 부부가 같이 산다는 이유로 국가 지원을 삭감하는 것은 ‘패륜 예산’.”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2022년 강하게 비판한 기초연금 부부감액 제도가 손질될 전망이다. 정부는 부부가 기초연금을 동시 수령하는 경우 지급액을 20% 깎는 현행제도를 개편해 저소득층에 대한 감액률을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부부라는 이유로 기초연금 20% 깎여=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인 65세 이상 노인의 노후생활을 도울 수 있도록 국가가 지급하는 연금이다. 기초연금 부부감액 제도는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을 경우 각자 받을 금액에서 20%를 감액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올해 기준 단독가구의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은 월 34만2510원이다. 두 사람이 모두 기초연금을 타면 월 68만5020원을 받아야 하지만, 부부는 감액 제도로 인해 여기서 20%를 감액한 54만8016원을 받는다.
이는 혼자 사는 노인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도입됐다. 2인가구는 주거비와 수도·전기 요금 등 생활비를 공동 부담하기 때문에 비용이 절약된다는 이른바 ‘규모의 경제’ 원리에 입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저소득층 노인 부부의 생활고를 악화한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이 대통령은 이 때문에 위장 이혼하는 사례도 있다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대선 공약에서 이를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평균엔 문제없지만 최빈곤층에 생계 위협=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기초연금 부부감액 수준의 적정성 평가’ 보고서는 기초연금 부부감액 제도의 문제점을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20%인 감액률은 전체 노인가구 평균으로 볼 땐 적정한 수준이다. 기초연금을 받는 부부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단독가구의 약 1.22배로, 이론적 감액 기준인 1.6배보다 오히려 낮았다.
문제는 소득과 자산이 가장 적은 최빈곤층에게 감액 제도가 심각한 생활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소득 하위 20%(1분위)에 속하는 노인 부부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단독가구보다 1.74배나 높았다. 특히 자산 하위 20% 부부가구는 보건 의료비 지출이 단독가구의 1.84배에 달하는 등 특정 항목 지출 부담이 컸다. 평균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이나 기초연금의 도움이 절실한 최빈곤층 가구 입장에선 감액되는 금액(월 13만7004원)이 생계에 위협을 줄 정도라는 의미다.
김만수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초연금 부부감액 시행에 있어 노인 소득·자산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며 “저소득층의 경우 소비지출이 1.6배 이상 나오기 때문에 저소득층 부부가구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부부감액 완화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소득 하위 40%부터 단계적 축소=이에 정부는 본격적인 제도 개선 논의를 시작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주요 업무 추진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국회 연금특별위원회 논의를 통해 기초연금 부부감액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소득 하위 40%에 해당하는 노인 부부를 대상으로 2027년까지 감액률을 15%까지 낮추고, 2030년에는 10%까지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러나 고령화로 인해 노인 인구수가 늘면 향후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상당한 재원이 필요한 만큼 세부 방안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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