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폭우에 시금치 172%↑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지난달 기록적 폭염과 폭우로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생산자물가가 상승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20(2020년 수준 100)으로, 전월보다 0.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시금치(171.6%), 배추(51.7%) 등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 시금치 판매대 모습. 2025.8.21
* 호우·폭염 속 먹거리 물가 불안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통계청이 2일 발표한 'Ǝ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농산물은 작년보다 2.7% 오르고 축산물은 7.1% 올랐다. 계란은 소비 증가 및 산지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 계란 매장 모습. 2025.9.2
"국토 좁고 영세 농가 많아…변동성 크고 생산성 낮아"
도매·중도매인 거쳐 소매로 유통마진 커…이상기후로 수급불안도
전문가들 "R&D 투자 확대·유통구조 개선" 주문
연합뉴스 김윤구 전재훈 기자 2025. 9. 14
우리나라의 애그플레이션 현상(농산물 가격 강세에 따른 물가 상승)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해 물가 수준이 상승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지난 8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4.8% 뛰면서 전체 소비자물가를 0.37%포인트 높였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 폭은 13개월 만에 최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식료품 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50% 높다면서 "장바구니 물가 불안 해소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국은행의 지난해 6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식료품 가격은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5배를 웃돈다. 식품 가격은 1990년만 해도 OECD 평균의 1.2배였으나 과일·채소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격차가 더 커졌다.
한국은 농산물 생산성이 낮고 유통비용은 높은 것이 오랜 문제로 지적됐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농산물 수급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다른 나라에 비해 식료품 가격의 수준과 변동성이 높은 이유를 물으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채소·과일 등 농산물의 수급과 가격 변동성이 상당히 높은 것은 국토 면적이 좁은 것이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집중호우가 있을 때 농산물 피해가 전국에 걸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기상 여건이 좋지 않거나 병해충이 발생하면 농산물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널뛰기하듯 움직인다.
국내 식료품 가격 수준은 주요국 대비 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규모화한 농업으로 대량 생산하는 나라들에 비해 농업 생산성이 낮은 것이 구조적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국토도 좁고 대부분 고령의 농민이 영세하게 농사를 짓다 보니 생산성이 낮고 그만큼 농산물 가격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가격이 더 높아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농산물을 사용하는 가공식품이나 외식 가격도 덩달아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통계청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지 규모 1㏊(헥타르·1㏊는 1만㎡) 미만 농가는 72만 가구로 전체의 74.0%에 이른다. 3.0ha 이상 농가는 7.0%에 불과하다.
해외보다 가격이 훨씬 비싼 사과와 감자 등의 품목은 생산성이 특히 낮은 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우리나라 농산물 단위 생산량을 주요국과 비교한 결과 사과와 복숭아는 주요국의 최고치 대비 40.9%와 48.9%에 불과했으며 감자는 51.6%였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농업 연구개발(R&D)을 확대해 기술을 혁신하고 기계화 등 자본 투입을 늘려 농업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 큰 문제는 농산물 소비자 가격에서 생산자가 받는 가격을 뺀 ''유통비용''이 절반이나 된다는 점이다. 배추·무 등은 유통비용이 60∼70%에 이른다. 농가 입장에서 배추나 무를 수확해 소비자 가격의 30∼40%도 못 건진다는 것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 물가 인상률 폭이 생산자 물가보다 큰데 유통 과정의 마진이 많다고 의심되는 상황"이라면서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른 나라와 다르게 농산물 유통구조가 대형 도매법인이 운영하는 도매시장 경매제 중심인 것도 많은 전문가가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는다.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과 달리 도매시장 법인이 농산물을 수집하고 경매를 거쳐 중도매인(중간도매상)이 이를 소매점에 판매하는 이원적 구조다.
정은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유통혁신연구실장은 "거의 모든 농산물이 서울에 있는 도매시장으로 들어와 경매하는 체제가 굳어져 생산자는 염가에 넘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매법인만 앉아서 농산물 중개 수수료를 7%씩 벌고 이를 수요처로 뿌리는 중도매인도 큰 이윤을 남긴다"면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부담을 키우는 이런 거래 구조가 카르텔"이라고 지목했다.
농수산물 도매시장 법인 중심의 경매보다 가격 변동성이 작고 사전에 출하량과 가격을 협상할 수 있는 시장도매인이 참여하는 정가·수의 매매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근래에는 기후변화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농산물 수급과 가격의 불안정성은 더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기후변화는 국제 원재료 가격을 높이고 수입 물가를 자극한다.
커피와 초콜릿은 주산지 이상기후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고 이는 국내 업체들의 가격 줄인상을 촉발했다.
국내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봄에는 사과와 배 가격이 전년의 두배로 치솟았다. 서리 피해 등 기상재해로 생산량이 약 30% 급감했기 때문이다.
동해에서는 수온 상승과 과도한 어획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명태의 씨가 마르고 오징어는 어획량이 급감했다.
이에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신품종 개발 등이 추진되고 있다.
정 실장은 "농업 생산과 유통 구조의 해부를 통한 사회적 해결이 시급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진현정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통구조 개선 등과 함께 "외국인 고용 규제 완화로 인건비를 낮추고 할당관세를 확대해 즉각적인 물가 안정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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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배추·무 유통비용 60∼70% 달해…유통이윤 고무줄 
[농민신문] “전통주시장 생존법은 국내산 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