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 품목중 14개 지난해보다 가격 떨어져
‘배추·무 금채소’ 보도 등 소비 위축 부추겨
정부·생산자단체 ‘범국민 소비촉진운동’을
농산물 소비위축이 심각하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농산물 소비심리에 제철을 맞은 주요 농산물 가격이 맥을 못추고 있다.
한국은행이 4월26일 발표한 1·4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0.3% 감소했다. 이는 세월호 사태의 여파를 받은 2014년 2·4분기(-0.3%) 이후 7분기 만에 최저치이다. 이에 따른 농산물 소비는 더욱 위축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일부 언론은 일반 가구 소비자의 제철 소비품목이 아닌 배추·무 값만 주로 언급하며 ‘농산물 값이 폭등하고 있다’는 식의 여론 조성에 열을 올려 소비위축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농산물 유통 전문가들은 정부와 언론의 과도한 농산물 값 언급 자제와 함께 농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한 범국민적인 농산물 소비촉진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본지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제공하는 21개 주요 농산물 도매가격의 4월 셋째주 거래동향을 분석한 결과 21개 품목 중 14개가 지난해는 물론 5년 평년가격보다 낮았다.
품목별로 보면 채소류 중에는 배추·무·양파·대파·마늘·미나리 등의 가격이 올랐고 과채류 중에는 수박이 유일하게 오름세를 보였다. 가격이 오른 품목의 대부분은 가구 소비보다는 음식점 등에서 많이 찾는 농산물이다.
반면 제철을 맞아 가정에서 많이 찾는 오이·호박·풋고추·토마토 등은 값이 20~30% 떨어졌다. 5㎏들이 토마토 상품 가격은 9348원을 기록, 지난해보다 47%, 5년 평년가격보다는 57% 낮은 상황이다.
서울 가락시장 관계자는 “배추·무는 엄밀히 말해 1~4월에는 가구 소비자들이 찾는 품목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배추·무 금채소’ 운운하며 우리 농산물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을 심어줘 다른 제철농산물 소비에 악영향을 미치고 값도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일반 가구 소비자의 연간 배추 구매량 비중에서 2월은 0.7%에 불과하다. 3월, 4월도 각각 1.9%, 2.4%로 극히 적다.
윤경권 농협유통 팀장은 “날씨가 더워지면서 물량이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소비가 침체되고 값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나 언론 등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언급을 자제하고, 정부·생산자단체 등이 합심해 범국민적인 농산물 소비촉진운동에 돌입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성홍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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