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 비교적 높은 시세를 보였던 배추와 무 시장. 배추의 경우 저장 물량이 마무리되는 반면 햇물량 출하가 지연되면서 고단가를 형성했다. 하지만 봄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면 현 시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높다. 무도 이미 시세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고, 저장 물량도 부족하지 않아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배추·무 시장 관계자들은 산지에서 더 높은 시세를 기대하기보다는 순차적인 출하가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봄철 배추·무 시장을 점검해봤다.
4월 마지막주부터 출하 본격화
재배면적 늘어 고단가 꺾일 듯
▲봄배추 출하 늦어졌지만 품위 좋고 양도 적지 않아=배추는 4월 넷째 주 현재 고단가다. 21일 가락시장에서 배추 10kg 상품 평균 경락가는 1만6505원을 기록하는 등 넷째 주 들어 18~21일 나흘간 평균 1만6621원을 나타냈다. 지난달 말의 1만원대는 물론 4월 평균 시세인 6450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다만 2014년 4월(2300원)과 2015년 4월(4985원) 시세가 워낙 낮아 평년값을 떨어트린 여파도 작용했다.
최근 배추 시세의 고단가는 저장 물량이 마무리된 반면 봄 시설배추 출하가 예상보다 늦어진 영향이 크다. 가락시장 대아청과에 따르면 저장배추는 출하가 거의 마무리 돼 이달 말이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아청과의 저장배추 반출량 조사도 마무리되고 있다. 반면 낮은 밤 기온 등으로 결구가 늦어 봄 시설배추 출하 시기는 지연됐다.
이정상 배추 산지유통인은 “햇배추가 일기 관계로 늦어진 반면 저장 물량은 마무리돼 시장 반입물량이 많지 않다”며 “4월 마지막 주엔 본격적으로 햇배추가 출하될 것으로 보인다. 햇배추 결구가 늦었지만 품위는 좋은 편이고, 재배면적도 늘어나 물량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도매시장에서는 햇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현재의 고단가가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충남 예산과 전남 나주 등 특정 지역 중심으로 재배되는 시설 하우스 물량을 지나 전역에서 재배가 이뤄지는 터널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올 5월 중순 이후엔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배추 관측에 따르면 올해 전체 봄배추 재배면적은 지난해 1564ha보다 늘어난 1956ha로 추정됐다.
고행서 대아청과 경매과장은 “하우스배추가 출하돼도 나주와 예산 등 일부 지역이기에 시세는 별로 떨어지지 않겠지만 터널 물량이 나올 다음달 15일 이후엔 시세가 한풀 꺾여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시세 한풀 꺾여 하향안정세 전망
수매·비축물량 5월초까지 풀릴 듯
▲저장무 물량 부족하지 않아=서울 가락시장의 무 가격은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형세다. 지난 1일 18kg 상품 기준 1만6788원으로 출발했던 시세는 1만90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21일 현재 1만3478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월 평균 8230원, 평년 평균 9047원에 비해 다소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시세가 향후 유지된다는 데에는 회의적인 전망이 크다. 이는 저장무 물량이 전년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당초 예상에 비해 저장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5월 중순 이후 시설 봄무가 본격 출하되기 시작하면 고시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아청과가 저장무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월 18일 현재 10톤을 적재할 수 있는 5톤 트럭으로 5151톤의 월동무가 저장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5년에 비해 929대가 줄어든 것이지만 당초 생산량 감소로 저장물량이 훨씬 적을 것이란 예측에 비하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명배 대아청과 과장은 “당초 산지 물량이 많이 망가져 저장 물량이 많이 적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저장 물량이 크게 적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시설 봄무의 재배면적이 크게 증가한 것도 현 시세 유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농경연 관측에 따르면 올해 시설 봄무 재배면적은 무 가격 강세의 여파로 지난해 대비 41%, 평년 대비 9%가 증가한 167ha가 될 전망이다. 생산량은 약 1만8000톤으로 지난해와 평년보다 각각 49%, 1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정부 수매·비축 물량이 5월 초까지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돼 시장에 물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현재 무 가격이 유지된다면 5월 첫째 주까지 비축물량을 방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향후 고시세를 기대하면서 출하를 주저하기 보다는 적정 출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시세를 기대해 출하를 미룰 경우 시설 봄무의 출하시기와 겹치거나, 저장무 생산 당시 잦은 강우와 한파 등으로 상품성이 떨어진 물량이 출하될 경우 오히려 기대만큼의 시세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가락시장의 관계자는 “올해 저장배추 전수조사 당시에도 저장 물량이 적지 않아 적정 출하를 당부했지만 출하를 미뤄 피해를 본 출하자가 있었다”며 “저장무 역시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적정 출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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