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보조사업으로 제공한 액비를 이용해 배추농사를 지은 농가들이 수확을 앞두고 잎이 말라죽는 등 피해가 발생하자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 일대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농가들에 따르면 올 2월 말부터 3월 초에 정식한 노지 봄배추가 수확을 앞두고 있으나 잎이 누렇게 변색되고 말라버리는 등 상품 가치를 상실해 대부분 폐기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는 것이다.
이런 피해가 25농가가 경작하는 20만4000㎡(6만1800여평)의 배추밭에서 비슷하게 나타나자 농가들은 시와 액비 생산업체에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배추밭은 농가들이 모종을 정식하기에 앞서 a사에서 생산한 액비를 살포했고, 여기에 드는 비용은 시에서 지원하는 시책사업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피해면적만 6600㎡(2000평)에 이른다는 농업인 이경호씨(60)는 “살포한 액비가 한달이 지나도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고랑으로 흘러 자세히 살펴보니 기름기와 음식물쓰레기 같은 부유물이 있었고, 가스냄새가 진동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피해농가는 “액비를 살포한 곳과 살포하지 않은 곳의 작황이 너무 확연히 차이가 난다”면서 “분명히 액비에 문제가 있는 만큼 시와 업체에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0월 가동을 시작한 a사는 정부 정책사업으로 세워진 가축분뇨 에너지화시설로, 국비와 지방비 140억원이 지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가축분뇨와 음식물찌꺼기를 섞어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로 전기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슬러지에서 액비를 뽑아내 농가에 비료로 공급한 것이다.
농가가 피해 대책을 호소하자 시는 피해 배추밭의 토양 성분분석을 농촌진흥청에 의뢰,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a사는 비료생산업 등록이 돼 있고, 농가에 액비를 공급하기 전 충분한 검사를 거쳤기에 액비가 아닌 다른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해 토양 성분분석을 의뢰했다”며 “액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해당 업체에서 피해를 보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곳 배추농가의 피해 소식이 전해지자 일선 축협과 축산농가들은 가축분뇨로 만든 양질의 액비까지 불신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잘 부숙된 액비는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농산물 품질과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돼 액비 이용 농가가 점점 늘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자칫 액비 이용 확산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가축분뇨자원화시설을 운영하는 충남도 내 한 축협 관계자는 “성분검사를 통과한 액비를 사용처방서에 따라 적정량 농지에 살포하면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경종농가들에게 가축분뇨 액비의 우수성에 대한 홍보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