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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창업농 박해랑씨가 다육식물을 살펴보고 있다. 다육식물 소비가 줄어들면서, 재고가 쌓이고,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박정완
상환 첫해부터 우울증…배달·빵집 전전
코로나 직격탄 이어 지난해엔 매출 신고도 못해
올해 원금·이자 4천만원 압박, 전세금 빼야 버틸 지경
2018~19년 후계·청년농 지원 대상 다수가 비슷한 상황
청년창업농, “형평성 보장된 상환기간 연장해 달라” 호소
농업인신문 박정완 기자 2025. 9. 5
경기도 이천에서 화훼 농장을 운영하는 박해랑 씨(40). 2018년 후계농과 청년창업농(정책자금 대상)으로 선발될 당시만 해도 그는 누구보다 의욕적이었다.
정부 정책을 믿고 대출을 받아 시설하우스를 세우며 “농업으로 미래를 개척하겠다” 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상환 첫해부터 그 희망은 공포로 바뀌었다. 매년 수천만 원이 넘는 원금 상환 고지서를 받아 든 순간, 그는 우울증에 시달렸고, 밤마다 ‘못 갚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불안에 짓눌렸다.
결국 오토바이 배달기사부터 빵집 아르바이트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전전해야 했고, 새벽에 나가 새벽에 들어오는 고된 일상이 반복됐다.
결혼 후 육아까지 겹치자 그는 농사와 아르바이트, 빚 상환, 가정 부양을 한꺼번에 떠안아야 했다. 올해는 원금과 이자를 합쳐 무려 4천만 원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고, 결국 전세 보증금까지 빼내야 버틸 처지에 놓였다.
농사 열심히 지어도 “집 한 칸조차 지키기 어렵다” 라는 그의 말은 청년농업인의 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위기는 코로나19부터 시작됐다. 행사와 결혼식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화훼 소비는 끊겼고, 박씨의 농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는 상환 유예를 내놨지만, 매년 농협에 직접 찾아다니며 연장 신청을 해야 했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이후에도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지난해에는 매출 신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익이 악화됐다. 무엇보다 농외 소득이 연 3,700만원을 넘으면 정책금리가 일반금리로 전환된다는 규정 때문에, 빚을 갚기 위해 더 일하면 오히려 더 큰 이율을 물어야 하는 모순에 갇혀 있다.
그는“빚을 갚으려 하면 오히려 빚이 불어나는 구조”라며“숨이 막힌다”고 토로했다. 농업이 희망의 터전이 아니라 절망의 굴레로 변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비단 박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8년과 2019년, 초기 기수로 정책대출을 받은 청년농업인 대다수가 같은 절벽 앞에 서 있다.
‘3년 거치 7년 상환’ 이라는 가장 불리한 조건을 떠안은 채 가장 먼저 상환 압박을 맞이했지만, 후발 기수는 10년, 20년 상환으로 조건이 완화됐다. 정부는 ‘이미 상환이 시작됐다’ 는 이유로 초기 기수들을 철저히 배제했지만, 정작 형평성은 무너졌다.
코로나와 경기침체, 기후 위기 속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세대가 오히려 가장 불리한 조건에 갇혀 있는 것이다.
박씨와 동료 청년농업인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박씨는 “갚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이자도 내겠다. 하지만 우리도 공평하게 상환기간을 늘릴 선택권을 달라” 고 호소했다. 20년 상환이라면 연간 1천만 원, 그 정도라면 어떡해서든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농업의 미래를 짊어질 세대가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절망으로 내몰리고 있다.“우리는 여전히 농업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구조 속에서는 희망을 말할 수 없습니다.”청년농업인의 절규는 오늘도 메아리처럼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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