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위성·모바일 센서 활용
땅 특성 맞춤 재배전략 수립
토양매핑 도입…정밀농업 선도
호주, 극한기후 적응 기반 강화
“한국, 민·관·연 통합시스템 마련 과학적 농업기술 지속 개발해야”
농민신문 기고=장호준 호주 시드니대 농업연구소 박사 2025. 9. 5
기후위기는 더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가뭄·폭염·집중호우가 일상이 됐고, 그 피해는 농업에 가장 직접적이고 심각하게 다가온다. 기후변화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한국농업도 생존을 위한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시기에 건조하고 홍수가 잦은 환경에서도 농업을 지속해온 호주의 경험은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준다.
호주는 정밀농업 기술을 광범위하게 활용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스마트 관개시스템은 토양 수분 센서, 기상 데이터, 토양 정보 등을 통합해 농가가 작물의 생육환경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관개 시기와 물의 양을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가뭄에 취약한 지역에서 물 사용량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근적외선(NIR)·중적외선(MIR) 센서와 같은 근접 감지기술은 인공지능(AI)과 결합해 토양의 비옥도, 유기물 함량, 수분 상태 등을 신속하게 파악한다. 이는 실시간으로 정밀한 농업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호주는 여기서 더 나아가 위성 영상, 드론, 모바일 센서를 이용한 ‘토양 매핑’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토양 매핑이란 땅의 특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지역별로 최적의 농자재 투입량이나 재배 전략을 수립하는 기술이다. 실제로 호주 내러브라이(Narrabri) 지역에서는 디지털 토양 매핑과 MIR 분광 기술을 결합해 1m 깊이까지 토양 유기탄소(SOC) 변화를 측정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관개 여부에 따라 SOC가 최대 38%까지 감소하는 사실이 밝혀졌고 토양 매핑을 통해 흙 속 탄소 유지 관리의 필요성을 알게 된 것이다.
반면 한국의 많은 농가는 여전히 대규모 실험실 기반의 토양 분석에 의존하고 있다. 이 방식은 정확하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며, 현장에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은 근접 감지 정보를 활용한 AI 기반의 토양 특성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동시에 국가 차원의 토양 분광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지역 농업기술센터에 NIR 및 MIR 센서를 보급해 실시간 토양 진단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기후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경작 체계와 작물 품종 전략도 중요하다. 호주는 가뭄에 강하고 생육 기간이 짧은 품종을 도입하거나 예보에 따라 파종 시기를 조정하며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한국도 작부 체계의 다양화, 파종 시기의 탄력적 조정, 병해충 저항성 품종 개발 등을 통해 극한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호주는 정부, 연구 기관, 농민 간 협업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특히 지역 기반 농업전문가(agronomist)는 기술과 현장 적용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한국농업도 기술 개발·보급, 정책·자금 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통합시스템을 마련해야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기후위기는 단기적인 해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미 적응 전략을 실행 중인 국가들의 사례에서 배운다면 더 빠르고 정교한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연구자, 농민, 정책 입안자가 함께 기후위기 시대의 농업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과학 기반의 농업기술과 정책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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