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화천에서 오이·호박 등을 재배하는 김상호씨는 올해 군에 10t을 공급했다. 예년엔 김씨 한 사람이 대는 물량만 20t 이상이었지만 올해는 절반 수준에 그쳤다. 김씨는 “공급량도 반 토막 났지만 이미 납품한 것도 아직 창고에 쌓여 있다고 들었다”며 “체감상으론 수요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이는 비단 김씨만의 일은 아니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5년 군 급식방침’에 따라 군 급식 식재료 조달에서 농축수산물 수의계약을 2021년 비중의 7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실제 공급량은 크게 감소했다는 게 군납 농가·농협의 주장이다.
장병수가 줄었다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70%의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서라는 문제 제기가 적지 않다. 이는 ‘2021년 기본급식 품목’에서 정한 장병 1인의 하루 급식 물량(g) 중 농수축산물에 대해 2022년 10월 가격을 곱한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된 것이다. 기준액이 몇년째 고정돼 물가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로 물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국산 쇠고기 공급 실적을 보면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축산물군납조합협의회에 따르면 2024년 국산 쇠고기 공급량은 전년 대비 47% 감소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군급식 단가가 하루에 1만3000원인데, 그중 수의계약 축산물 비중은 12%”라면서 “금액이 고정돼 있다보니 물량을 줄여서 맞추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축산물뿐 아니라 농산물 공급량 감소도 확연하다. 대표적인 곳이 대규모 군부대가 많은 강원지역이다. 강원농협본부의 ‘강원권 농산물 군납 계약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군납 수의계약 물량은 9465t이었지만 올해는 8308t으로 1157t(12%) 줄었다.
더 큰 문제는 국방부가 위탁급식사업 확대를 천명하고 있어 이런 추세가 가속화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경쟁입찰을 통해 군납에 참여한 민간 급식업체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저가의 외국산 식재료를 사용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급식방침’에 위탁급식 식재료로 국산·지역산을 우선하도록 명시돼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민간 위탁업체가 국산·지역산 식재료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관리·감독 체계가 미흡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올 4월 군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민간 급식업체가 스페인산 돼지고기를 국산으로 둔갑해 납품했다가 적발되는 등 민간 군납업체의 원산지 위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본지 4월30일자 5면 보도).
군은 지난해 군 병력 3만1000명 규모의 위탁급식을 확대·시행한 데 이어 올해도 2만7000명분을 추가할 예정이다.
관계자들은 관련 규정이 실효성을 갖도록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명규 전국군납협의회장(화천농협 조합장)은 “이대로라면 군납 농가·농협이 안정적인 판로를 잃게 되는 것은 물론, 군인들의 건강도 위협받을 수 있다”며 “‘대규모 급식 인원이 있는 부대는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을 우선해서 납품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는 현행 ‘군급식기본법’을 강제 규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기 민북지역파주농민회 사무국장도 “각종 통제 속에서도 상생을 위해 군에 협력하며 영농을 계속하는 지역농가들에게 적어도 ‘안정적인 공급’이라는 보상이라도 주어질 수 있도록 강력한 제도와 관리·감독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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