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본부, 심의위 개선방안 작성
현재 외부기관 의견 미수렴 지적
수입위험분석 심의때 청취 제언
농업계, 과학적 판단 약화 우려
농민신문 지유리 기자 2025. 9. 4
정부가 식물수입검역을 위한 위험관리방안을 평가할 때 ‘정책적 판단’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미간 검역절차 개선 협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 조치로 비관세장벽이 흔들릴까 농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8월 ‘식물검역심의위원회 개선방안’을 작성했다. 심의위 내 외부 전문가를 확충하고 수입위험분석 때 외부기관의 정책적 의견을 수렴하도록 한 것이 뼈대다.
심의위는 검역본부 고시에 따라 설치된 기구로 식물검역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조정한다. 특히 외국산 농산물의 수입 허용을 위한 위험관리방안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 ‘식물방역법’에 따르면 외국산 농산물은 국내 시장에 들어오기 전 8단계의 수입위험분석을 거쳐야 한다.
이 중 5단계가 수출국이 작성하는 위험관리방안 검토다. 6∼8단계는 쟁점이 없는 절차로, 위험관리방안이 확정되면 수입이 기정사실화되는 셈이다.
보고서는 현재 심의위가 수입위험분석을 심의할 때 외부기관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내외부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에게 기술적(과학적) 의견은 충분히 청취하고 있지만, 정책적 의견은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위험관리방안을 확정할 때 농촌진흥청·산림청·환경부 같은 외부기관으로부터 정책적 의견을 받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외부기관은 타 부처 가운데 안건에 따라 지정하는데, 필요한 경우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도 선정 가능하다.
그동안 농정당국은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검역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개선방안으로 농산물 수입을 위한 위험관리방안을 검토할 때 농업계 입장과 배치된 타 부처의 정책적 판단이 반영될 여지가 생긴 모양새다.
이같은 변화가 향후 농산물 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농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미국은 관세협상 국면에서 우리나라의 과채류 검역을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하고 검역 완화를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이런 미국 측 요구에 대응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미국산 검역을 전담하는 US데스크를 신설하기로 하고 검역절차 개선을 협의하기로 한 상황이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은 “여러 부처의 의견을 종합한다고 해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이 부정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정책적 판단에 따라 (과학적 사실이) 이렇게 저렇게 해석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공교롭게 한·미 관세협상이 문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관세장벽에 관한 조치가 취해져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개선방안이 어떻게 작동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검역본부는 “이번 개선방안은 심의위 본연의 기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미국과 논의 중인 검역절차 개선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검역은 기존처럼 과학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개선방안이 적용된다고 해도 검역이 간소화되거나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개선방안은 차기 수입위험분석 심의위부터 바로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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