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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정부, 일부 ‘농산물 물가 안정화대책’ 추진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6-04-05	조회	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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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하 앞둔 봄배추·양파 재배농가 ‘울상’

배추 4400t·무 1200t 비축물량 시장 방출 계획
양파·마늘 저율관세할당 운용…가격상승 최소화
장기간 소비침체 국내산 농산물 소비에 ‘찬물’
중단기 수급상황 고려·보험제도 활용 등 바람직

“농산물 값이 좀 오를 때도 있어야 아이들 학교도 보내고 밀린 빚도 갚고 할 거 아닙니까. 툭하면 식탁물가 잡겠다며 농산물 안정화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농업인들은 기가 막힙니다.”

정부가 채소 가격이 불안하다며 물가안정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농업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시장 수급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농산물가격 안정대책을 펼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4월 초부터 5월까지 출하를 앞둔 양파·배추·마늘 등 채소류 재배농가들은 정부의 농산물 물가안정대책으로 좋은 값을 기대하기 힘들게 생겼다며 크게 한숨을 내쉬고 있다.

◆농산물 물가안정대책 추진=기획재정부는 최근 기상악화 등에 따른 채소류 생산 감소로 일부 농산물 가격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식탁물가 안정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3월30일 밝혔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이날 농림축산식품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협, 대형 마트, 소비자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에서 농산물 수급·가격안정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올해 채소가 출하되는 4월 말까지 가격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 비축·계약물량 도매시장 방출,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운용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올해산 채소 출하가 시작되는 4월 말까지 가격안정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배추·무 수매비축 및 계약재배 물량을 도매시장에 집중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배추는 매일 150t(총 4400t)을 방출하고, 무는 200t(총 1200t)을 도매시장에 출하해 가격상승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양파·마늘은 trq를 적극 운용해 가격상승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양파는 기본 trq 물량 2만1000t 도입을 완료했으며, 5만t을 증량해 가격불안 때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마늘 역시 trq 기본물량 1만4500t 중 1만900t을 이미 도입했고, 잔여물량도 신속하게 들여오겠다고 밝혔다.

대형 할인마트를 통해 할인판매에 나서는 한편 학교·대기업과 협의해 대체소비를 확대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농가반응 ‘냉랭’=정부의 농산물 물가안정대책 추진을 바라보는 농가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특히 시설봄배추와 조생종·중만생종 양파, 마늘 등의 출하를 앞둔 농업인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봄철 농산물 성출하기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과 메르스 파동 등으로 소비가 부진해 고전을 면치 못하던 농산물 값이 올해 겨우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시장개입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업계는 이번 정부의 농산물가격 안정대책 추진은 4·13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도시 유권자를 의식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와 함께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0년 넘게 봄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이병우씨(62·충남 예산)는 “2년 전에는 세월호 파동으로, 지난해엔 메르스 여파로 봄철 채소류 소비부진이 극심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2년 동안 거의 헛농사를 짓다가 올해 값이 좀 올라 한고비 넘기나 싶었는데 정부가 개입해 값을 끌어내리겠다고 하니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시설재배 농가 김완태씨(45·전북 익산)는 “국민 한사람당 무·배추 1년 소비량이 2015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각각 59㎏과 26㎏에 불과해 값이 높다는 3월 시세를 적용해도 1인당 지출비용이 매월 7000원을 넘지 않는다”며 “커피 한잔 값도 5000~6000원인데, 이 정도 수준의 무·배추 값이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그렇게 힘들게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양파농사를 짓고 있는 이순자씨(67·전남 무안)는 “관측자료를 보면 현재까지 시세가 양호했지만 양파를 비롯한 봄 배추·무·마늘 등의 재배면적이 모두 늘어난 것으로 예측됐다”며 “정부의 농산물 물가안정대책 추진은 산지가격 형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 관계자는 “1~3월 동안 양파 값을 보면 중국산이 국내산 가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았고 배추·무 가격도 좋았다”며 “정부가 수년 동안 국내 농산물가격 안정을 명분으로 양파·배추·마늘 등을 습관적으로 들여오는 사이 국내 생산기반이 흔들렸고, 그러면서 중국산 농산물 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경연 관계자는 “축산물을 제외하고 채소와 과일만 놓고 보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 안팎에 불과해 스마트폰 이용료 한품목 3.39%보다도 현저히 낮다”며 “정부가 농산물가격을 낮추기 위해 무리하게 농산물을 수입해 풀 경우 국내 생산기반이 붕괴되고, 덩달아 수입농산물 가격도 올라 결국 외국산 농산물 소비를 늘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개입 최소화해야=정부가 반복적으로 농산물 물가안정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해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생산자 주도형 수급조절로 정책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류상모 농식품신유통연구원 팀장은 “그동안 정부가 수급안정사업, 수매비축 등 다양한 사업으로 국내 주요 채소류의 가격을 안정시키고자 했지만 가격변동성은 여전히 커 정책의 효과성이 미흡했다”며 “정부는 생산자 자율적 수급조절을 유도해 시장의 직접 개입을 자제하고 소득안정화·유통안정화·거래가격 안정화 등의 시스템 사업에 치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병일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현행과 같이 직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형태의 정책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농가 단위에서 스스로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유도해 가격 하락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며, 직접적인 시장 개입보다는 농가의 수입 안정을 위한 보험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홍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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