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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가뭄 극복, 지하수댐으로] 다른 지역 가뭄으로 난리 나도 40년간 단 한 번도 피해 없어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5-09-03 조회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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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성지하수댐에서 만난 조길행 씨는 지하수댐 설치 이전과 이후 상황을 비교 설명하며 지하수댐으로 가뭄 걱정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 옥성지하수댐이 위치한 충남 공주 우성면 옥성리 일대의 모습.
* 집수정 내부에 물이 차오르고 있는 모습.




          [가뭄 극복, 지하수댐으로] 

          ③ 물 마르지 않는 지하수댐 현장


          1984년 이안지하수댐 시작으로

          전국 ‘농업용댐’ 5곳 안정 운영

          공주 옥성지하수댐 주변 주민

          “가뭄 잊고 산지 오래” 입 모아

          극한 가뭄 시달리는 강릉과 달리

          속초, ‘생활용수댐’ 건설 물 넉넉



                                                                                  한국농어민신문  홍란 기자  2025. 9. 2



 최근 가뭄 대응의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는 지하수댐은 사실 ‘새로운 대안’이 아니다. 이미 40여년 전 극심한 가뭄을 계기로 일부 지역에 설치돼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1981년 정부는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농업용수 10개년 개발 추진계획(1982~1991)’을 수립했고, 그 일환으로 ‘이안 지하수댐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1984년 경북 상주 이안 지하수댐을 시작으로 경북 포항, 충남 공주, 전북 정읍 등 전국 5곳에 농업용 지하수댐이 들어섰다. 

이들 지하수댐 인근 농가들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안정적인 용수 공급 속에 영농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여름 전국적으로 폭염과 가뭄이 극심했지만 피해를 비껴갔다. 현재 강릉이 생활용수 부족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7년 전 생활용수용 지하수댐을 건설한 속초도 생활용수를 넉넉히 확보하며 대조를 보이고 있다.


◆ 국내 운영 중인 지하수댐은

현재 운영 중인 농업용수용 지하수댐의 하루 취수량은 12만210톤이다. 2015년 지하수댐의 용수 공급 효과 분석에서는 지하수댐이 연간 필요수량의 23.6~102.4%(2011~2015년)를 공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경북 상주 이안지하수댐은 연간 필요수량의 51.0~102.4%를, 모내기철인 4~6월에는 85.9~118.6%를 충당하며 사실상 ‘주수원공’ 역할을 했다. 충남 공주 옥성지하수댐 역시 연간 필요수량(178만7000톤)의 46%를 담당했으며, 모내기철에는 오히려 지표수보다 더 많은 수량을 제공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많은 물 공급이 고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정찬덕 한국농어촌공사 물순환자원부 차장은 “지하수댐은 충적층 지하수를 활용해 고갈 우려가 없고, 오히려 하부 지하수를 보존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규상 지하수지질처장도 “수평집수관만 추가해도 용수를 늘릴 수 있어,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현장에선···“가뭄 걱정 없는 비결은 바로 지하수댐”

불볕더위와 가뭄이 기승을 부리던 8월 13일 찾은 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지하수댐에서 만난 현장 관계자와 농민들은 가뭄을 잊고 산지 오래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유역면적 2만7500ha, 총저수량 285만톤 규모의 옥성지하수댐은 인근 146.6ha 지역에 안정적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하며 주민들의 가뭄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신현정 한국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 지하수지질부 차장은 “길이 20m 수평집수관을 통해 지하수를 집수하고 물을 뽑아 쓰는 시스템”이라며 “방사상집수정 4기로 하루에 2만7900톤을 취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가뭄이 들어 동전취입보가 마르면 대책이 없었지만, 보조 개념으로 지하수댐을 설치한 뒤로는 농민들이 ‘이제는 아무 걱정이 없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옥성리에서 농업을 이어온 주민 조길행 씨는 “예전에는 유구천이 마르면 금강에서 물을 끌어와 사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물이 부족해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고 일부 주민의 난동까지 일어나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하수댐이 생긴 뒤로는 물 걱정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지역이 가뭄으로 난리가 나도 여기는 피해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최근 폭염이 이어졌을 때도 용수 공급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다른 농가들은 무더위에도 물대기에 여념이 없는데 우리는 그런 시간적 여유까지 생겼다”고 덧붙였다.

조 씨는 다른 지역에서도 지하수댐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인근 시군을 비롯해 지하수댐이 필요하거나 설치할 수 있는 지역은 많은데 예산이 부족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원 속초시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최근 강릉 지역의 저수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져 제한급수로 농업용수는 물론 식수 공급도 제한됐고 이 대통령이 8월 30일 강릉 방문 후 사상 초유의 재난사태까지 선포됐다. 반면 같은 영동 지역인 속초는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유지했다. 속초시는 생활용으로 2개의 지하수댐을 운영하며 물 부족 우려에서 벗어난 것이다.

속초시는 2018년 극심한 가뭄으로 제한급수를 심하게 겪으면서 시범사업을 통해 쌍천(Ⅱ)지하수댐 추가 건설에 착수했으며, 2021년 완공됐다. 쌍천(Ⅱ)지하수댐은 차수벽 길이 1.1km에 높이 평균 7.7m로 제작됐으며, 방사상집수정 2기를 통해 약 63만톤의 물을 확보할 수 있다.

속초시 맑은물관리사업소 맑은물개발팀 관계자는 “쌍천(Ⅱ)댐은 비상취수원으로, 주취수원의 취수량이 급감할 때만 가동한다”며 “물이 고여 있는 것이 아닌 물의 흐름을 최대한 늦추는 구조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엄봉용 한농연속초시연합회장은 “속초시는 지하수댐 덕분에 제한급수 논의가 없었을 뿐 아니라 현재는 강릉에 급수 지원까지 하고 있다”고 지역 상황을 전했다.

이상일 동국대 교수는 쌍천지하수댐을 두고 “최근 영동 지역 가뭄이 심화되고 있는데, 속초시는 물 걱정이 없다. 지하수댐을 설치한 것은 속초시의 선견지명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 기후위기 시대, 더는 미룰 수 없는 선택

지하수댐은 도입 이후 40년간 현장에서 가뭄 피해를 막아내며 실효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저수지 중심 물 관리 정책에 밀려 이후 제도적·재정적 뒷받침은 부족했고 확산되지도 못했다.

대통령 공약 사항과 맞물려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는 분명하다. 지하수댐은 기후위기 시대 농업과 지역사회를 지켜낼 ‘숨은 해법’이라는 것이다. 가뭄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금, 지하수댐 건설을 예산 확보 속에 국가적 물 관리 전략에 포함해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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