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선 ‘농민 중심 영농형 태양광 거버넌스 포럼’ 발족식과 관련 토론이 잇달아 진행됐다. 사진은 관련 토론회 모습.
국회 ‘농민 중심 영농형 태양광’ 토론회
▶‘가짜 영농형’이 불신 키워
외지자본의 수익 독점으로
지역소멸·경관훼손 우려
농업인 주체 원칙 세우고
황폐농지 활용 규정 마련
직불금·이익공유 등 포함을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9. 2
영농형 태양광이 재생에너지 확충은 물론, 지속 가능한 영농 활동과 위축된 농가 소득 회복, 나아가 ‘돌아오는 농촌’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1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농민 중심 영농형 태양광 거버넌스 포럼 발족식’ 직후 열린 토론회에서는 농촌 현장의 어려움이 집중적으로 제기되며, 영농형 태양광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농민 주도·농지 보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되레 농민 이탈·농지 훼손을 부를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토론회는 △기술 수준 △보급 사례 △법·제도 과제를 중심으로 향후 정책 방향을 모색했다.
▲ 영농형 태양광 기술
‘영농형 태양광 기술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 발표한 정재학 영남대 교수는 성공의 핵심으로 빛·구조·작물 3요소를 꼽았다. 그는 “패널 차광률을 정밀 관리하고, 지지대는 농기계 동선을 기준으로 배치해야 한다”며 “폴대 간격만 지키면 오히려 직진 주행의 가이드가 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팀은 패널 높이 3m, 보 간격 4m, 차광률 30% 조건으로 실증한 결과 음영 균일도 15%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차이 30% 이상 시 생육 문제’ 우려 기준의 절반 수준이다. 그는 “국내 상용 모듈을 활용하되 간격·각도 최적화로 광환경을 조절하는 것이 경제성과 농업성을 함께 잡는 길”이라고 했다.
작물별 맞춤 설계 필요성도 강조됐다. 한여름 대낮 자연광은 약 110klx이지만 쌀의 광포화점은 40~45klx 수준으로, 과도한 직사광은 생육에 불리하다. 상추·인삼 등 저광 요구 작물에는 차광률·배치 각도를 표준화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농지 훼손 논란과 관련해 그는 “농업진흥구역 밖 일반 태양광은 농지 소멸을 유발할 수 있지만, 진흥구역 내 황폐농지에 영농형을 도입하면 경작지 복귀 효과가 있다”며 “전력 수익이 영농 활동을 압도하지 않도록 균형 제도화와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현장 사례
영농형 태양광은 농민들에게 단순한 에너지 사업이 아니라 새로운 소득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6년 전 영농형 태양광 시범사업을 도입한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은 “기존 일반 태양광은 농지를 포기하고 설치되면서 염해, 경관 훼손, 주민 갈등을 초래했지만,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농민 소득을 보장했다”며 “실제로 논(900평)에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한 결과, 6000평 규모의 벼농사 수익과 맞먹는 소득이 발생했다”고 알렸다.
문 조합장은 “농촌 태양광 소득은 대부분 도시 자본이 가져가지만, 영농형 태양광은 농민이 주체가 돼 직접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농지가 돈이 되지 않으니 젊은 세대는 떠날 수밖에 없다. 농지를 활용해 안정적인 소득을 마련해야 농촌이 유지되고, 지역경제도 살아난다. 영농형 태양광이 전력 생산을 넘어 농촌경제 활성화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우려 및 제도·법적 과제
현장에서는 제도화 과정에서 농민 주도성 확보와 투기 차단 장치가 핵심 과제로 지목됐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농민들이 태양광에 반대하는 이유는 외지 자본의 수익 독점, 그에 따른 지역 소멸과 경관 훼손 우려 때문으로 이렇게 되면 농민 이탈과 농지 훼손 등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이제는 ‘얼마나 늘릴 것인가’보다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인허가·장기 가격 보장 등 여건이 마련돼야 농민 주도 모델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업 경영주 평균 연령이 68세인 상황에서 20년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고 REC(공급인증서) 가격 변동성도 위험 요인”이라며 “인삼 등 작목별 재배 주기와의 충돌 가능성, 농외소득 3700만원 초과 시 직불금 배제, 계통·업체 난립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현영 변호사는 “2017년부터 실증·시범사업을 추진했지만 제도 뒷받침이 부족해 확산이 지체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익적 가치를 △재생에너지 부지 확보 △농가 소득을 통한 농촌경제 활성화로 요약하며, “실제 영농 없이 태양광만 설치하는 ‘가짜 영농형’이 불신을 키웠다”고 했다. 해외 사례로는 프랑스(포도 재배지 도입으로 생산성·기후적응 동시 달성), 이탈리아(2024년 농지 태양광 전면 금지하되 영농형만 예외), 일본(지자체 농업위원회 사전 심사와 연 2회 생산량 보고 의무), 미국(세제·연구 지원과 축산 결합 모델) 등이 소개됐다.
지 변호사는 “국회에 9건 이상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식량안보와 농민 신뢰 장치가 미흡하다”며 “농업인 주체 원칙, 농지 유형별 관리, 황폐농지 활용 규정, 직불금 인정, 지역사회 이익 공유 등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추진 의지 드러낸 정부
정부에선 추진 의지를 밝혔다.
박정훈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과거 태양광 난립의 문제를 교훈 삼아 농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홍수경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산업과장은 “영농형 태양광은 에너지 전환, 농가 소득 증대, 부처 협업 촉진이라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며 “관계 부처와 국회·산학연이 함께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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