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볓데임(일소) 피해를 본 대봉감 표면. 한낮 기온이 33℃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과수와 시설채소 농가를 중심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대봉감 주산지인 전남 영암 금정면에선 6~7월 대규모 낙과를 겪은 데다, 남아 있는 열매마저 피해가 발생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특히 대봉감 주산지인 전남 영암 금정면에선 햇볓데임(일소)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 지역 농가들은 6~7월 대규모 낙과를 겪었던 터라, 올해 수확량이 크게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봉감 농사를 짓는 박춘홍 금정면농민회장(왼쪽)과 정철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과수원을 둘러보고 있다.
연이은 낙과·햇볕데임에 허탈
농민신문 영암=이시내 기자 2025. 9. 1
한낮 기온이 33℃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감류에서 햇볕데임(일소)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대봉감 주산지인 전남 영암 금정면에선 6~7월 대규모 낙과를 겪은 데다, 남아 있는 열매마저 피해가 발생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폭염 탓에 수확량이 평년의 30% 수준에 그쳤는데 올해는 더 심각합니다.”
28일 찾은 전남 영암군 금정면의 대봉감 과수원. 가지에 매달린 열매를 살펴보니 표면이 노랗게 바래기 시작한 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심한 것들은 멍이 난듯 검게 변색되고 있었다. 한 나무를 기준으로 어림잡아 세보니 20%가량에서 이미 이같은 피해가 나타나고 있었다. 바닥에는 열매들이 떨어져 썩어가고 있었다.
6만6115㎡(2만평) 규모로 대봉감 농사를 짓는 정철씨(60)는 “일소 피해를 본 대봉감은 배나 사과와 달리 3~4일 내로 낙과한다”며 “수확기 11월초까지 두달이나 남았는데 그때까지 제대로 된 열매가 달려 있는 게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다른 농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금정농협에 따르면 농작물재해보험을 청구하기 위해 접수된 일소 피해 신고 건수는 26일 기준 300여건에 달한다. 28일부터 현장 조사에 나선 김대권 손해평가인은 “10농가를 조사한 결과, 농가별 피해율은 5~20%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이 지역에서 단감도 재배하는데, 일소 피해로 인해 생장이 멈추거나 심한 경우 괴사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봉감 농가들은 지난해에 이어 계속된 극한 폭염으로 수확량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지 않아도이 지역 대봉감 농가들은 6~7월 대규모 낙과로 애초부터 열매가 적게 달린 채로 시작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3~4월 저온피해로 나무가 약해진 상태에서 5월말 수정시기에 닥친 큰 일교차와 6월 이상고온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군 산림휴양과 관계자도 “작황이 나빴던 지난해 착과량이 평년보다 64% 감소한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그보다도 20% 더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피해가 재해로 인정된다고 해도 농가가 받을 수 있는 보상은 제한적이다. 재해복구비로 지급되는 농약대가 ‘1작기 1회’만 지급되기 때문이다. 가령 봄철 이상저온과 7월 집중호우로 농약대 지급을 기다리는 농가는 이번 일소로 인한 농약대를 추가로 받을 수 없다. 산림청에 따르면 영암지역 이상저온 피해 농가는 503㏊, 집중호우 피해 농가는 78㏊로 이 지역 대봉감 농가(809㏊)의 71%가량 이른다.
이는 행정안전부의 ‘재해지원기준’에 따른 것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의 재난복구 비용 지급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행정안전부의 ‘2025년 자연재난조사 및 복구계획수립 편람’에는 ‘농약대 단가는 연간 1기작 기준으로 산정하므로 재배기간내 농약살포가 필요한 정도의 피해가 여러차례 발생하였더라도 1회에 한해서만 농약대를 지원한다’고 명시돼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대봉감(수실류·나무에서 얻을 수 있는 열매)의 경우 1㎡ 기준 농약대는 306원, 대파대는 270원이다.
농가들은 농자재와 인건비가 오른 상황에서 이상기후에 따른 연이은 흉작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박춘홍 금정면농민회장은 “한 작기 안에서도 이상저온, 일소 등 재해가 반복되면,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방역 작업을 기존보다 2~3배는 자주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재해복구비의 지급단가 자체도 낮아 실제 농가 피해를 제대로 보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행 농작물재해보험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씨는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부진이 반복되면서 피해율 산출 기준이 되는 착과량이 너무 적게 산정되고 있어 보상에 한계가 있다”며 “또 일소 피해인정 기준(적과 후 착과수의 6% 이상)을 없애고 실제 피해가 발생한 만큼 보상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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