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배추 계약재배 물량 5% 미만 등으로 비중 작아
예산 제약…“정부 직접 개입보다 보험제도 활용을”
계약재배와 수매비축 등 정부가 추진하는 채소수급안정사업이 예산 제약 등의 이유로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채소류수급유통고도화사업단(단장 김동환)은 3월25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농산물 수급안정에 관한 3차 집중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채소류 수급안정을 위한 정책은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를 주제로 수급안정 정책의 실효성과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안병일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수급안정 정책 평가 및 개선 과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수급안정 사업이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안 교수는 계약재배와 수매비축, 산지폐기 사업이 2011~2014년 마늘과 가을배추의 공급량 및 가격에 영향을 미친 정도를 분석했다.
안 교수는 “계약재배 사업에 참여한 농가들의 공급량이 크게 늘거나 줄었더라도 참여하지 않은 농가들의 물량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업 물량이 전체 농산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을배추는 5% 미만 등으로 매우 작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지폐기와 수매비축 사업의 효과 역시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2010년 이후 산지폐기와 수매비축 사업이 수확기 가격을 3% 이상 상승시킨 경우는 단 두건에 불과했다”면서 “이 역시 전체 물량 중에 해당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기 때문”이라며 현행 수급안정 사업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수급안정 사업 물량이 적기 때문에 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을 뒤집어보면 향후 비중을 높일 수 있다면 효과가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정책의 효과를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의견을 밝혔다.
농촌현장에서 계약재배 참여를 어려워하는 이유도 언급됐다. 윤병삼 충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밭떼기는 수확·출하 등 사후작업을 상인이 처리해주기 때문에 일손이 부족한 고령농의 경우 계약재배보다 밭떼기를 더 손쉽게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계약재배 사업에 농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선 이같은 현장의 애로사항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호 전남 진도 선진농협 과장은 계약재배 사업 주체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가격이 비쌀 때는 문제가 없지만 가격이 하락할 때는 그만큼 농협에서 부담을 안게 된다”면서 “적정선을 넘어선 과대 물량이 계약재배에 참여하게 되면 농가와 농협 모두 손해가 발생한다”고 계약재배 사업 확대가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병일 교수는 정부 예산의 제약으로 기존 수급안정 사업의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계약재배와 수매비축 사업 등에 이미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어 향후 정책 추진 방향에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정책을 펴는 것보다는 농가 수입 안정을 위한 보험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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