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말 경남 함안군 가야읍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수박 출하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산지유통 관계자들이 수박을 1톤 트럭에 싣고 있다. 한승호 기자
소송까지 치달은 뒤 전면 시행된 ‘팰릿 출하 의무화’
거래 막바지 다다라 따져보니 비용 상승 폭 뚜렷해
인근서 재작업하는 구조…소요시간·민원 등도 증가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5. 9. 1
올해 4월 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의무화된 수박 팰릿 거래의 성과와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폭염과 폭우 등 녹록지 않은 기상 여건 속 생산·출하량 감소 및 이로 인한 가격 상승 등이 두드러진 수박 거래가 이달 중순 무렵 마무리될 가운데, 강서시장 시장도매인들은 팰릿 거래 의무화로 증가된 비용 등에 관해 털어놨다.
강서시장 수박 팰릿 거래 의무화는 다난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수박 팰릿 거래 의무화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연착륙에 수년간 어려움을 겪어왔다. 결국 2024년 5톤 차량 이상으로 한정해 제도를 적용한 이후 올해 4월부터 팰릿 거래 의무화가 전면 도입됐는데 (사)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회장 임성찬, 연합회)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의 조치 명령에 반해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갈등이 소송전까지 치닫기도 했다.
그간 연합회는 시공간 제약이 없고 위탁·매수·중개 모두를 수행하는 시장도매인 거래 제도 특성을 고려해 팰릿 의무화로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서울행정법원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됨에 따라 제도 전면 적용을 따라야 했다. 이에 시장 인근에 작업장을 마련한 시장도매인들은 벌크(바라) 형태로 출하된 수박을 재작업해 거래하는 방법을 택했다. 대부분의 산지 여건상 팰릿 출하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시장도매인 A씨에 따르면 팰릿 거래 의무화는 우려했던 바와 같이 적지 않은 비용 증가로 귀결됐다. 출하된 수박을 시장 인근서 재작업하며 추가 소요된 시간도 물론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A씨는 “5월 10일부터 8월까지 약 278대를 작업·거래했는데, 작업장 임차료부터 부동산 중개비, 작업장을 꾸리는데 소요된 비용을 비롯해 추가된 지게차 임대·운송비 등을 따지면 비용이 약 78% 증가했다. 같은 양을 거래했다고 가정해 이전엔 5308만원이 소요됐다면 올해 경비는 9470만원에 달했다”라며 “작업장을 마련해 팰릿 작업을 대행해 수박을 거래하는 시장도매인 점포가 이전 대비 감소한 까닭에 수박 물량이 몇몇 점포에 쏠리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바라 출하 때보다 많이 소요돼 거래물량이 늘었다고 좋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라고 털어놨다.
뿐만 아니라 시장도매인들은 작업장 인근 주민들의 민원 증가와 거래선 유지 어려움 등의 고충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작업장의 거리가 멀수록 상품이 상할 우려가 커 대부분 시장 가까이인 거주지 내 빈 점포에 작업장을 마련했는데 주민들이 대형 트럭과 지게차가 드나들며 발생한 소음과 불편을 적지 않게 호소 중이라 전했다. 또 산지에선 강우 등 기후요건에 따라 물량을 당기거나 미뤄 출하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라 출하된 수박을 팰릿 형태로 시장에 들여 거래하기엔 작업장 여건에 한계가 존재해 산지가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다 보니 출하 현장의 불만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연합회 측에선 “출하인, 유통인, 소비자 그 누구도 이익을 보지 못한 불합리한 제도다. 유통 효율화를 표방하지만 산지 여건 개선엔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소비지에서 재작업하는 형태로 비용 증가만을 야기한 제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사 강서지사는 시장 내 수박 거래가 마무리된 이후 팰릿 거래 의무화에 따른 유통효율화 성과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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