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혁주 한국농업기계학회장
[인터뷰] 김혁주 한국농업기계학회장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에
‘트랙터 완제품’ 포함 충격
국산 가격경쟁력 약화 불보듯
미국과 다시 관세 협상하고
농기계업체 손실 보전해 줘야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2025. 8. 29
“갑자기 일어난 일입니다. 농기계업계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정부가 나서줘야 합니다.”
김혁주 한국농업기계학회장(순천대 교수)은 지난 8월 18일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관세 50% 부과’ 발표에 강한 우려를 표출했다. 미국이 관세 50%를 적용할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개를 추가로 발표했는데, 여기에 트랙터 엔진·부분품 등 ‘트랙터 완제품’이 포함됐다. 이 같은 결정은 미국 농기계 시장에서 국산 트랙터의 가격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김 회장의 분석이다.
김 회장은 우선 “농기계업계는 어떠한 신호도 없었고, 그래서 가만히 있다가 당했다는 말들을 한다”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당황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현실적으로 미국 현지에서 존디어보다 트랙터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며 “국산 트랙터가 존디어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보니 그래도 미국에서 팔리는 건데, 현재 가격보다 몇 천 만원이 더 비싸다고 하면 미국에서 국산 농기계 구매력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이 집계한 우리나라 농기계 수출 실적 중 트랙터 수출액 비중은 2022년 77.5%, 2023년 71.5%, 2024년 69.5%, 2025년(상반기) 70.5% 등으로 70%를 웃돈다. 농기계 수출은 트랙터가 좌우하고 있다. 더욱이 트랙터 수출액의 약 80%는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은 미국 트랙터 수출 감소가 국내 농기계 시장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회장은 “국내 농기계 산업이 정체돼 있어 수출로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트랙터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수출 실적이 감소하면, 국산 농기계업체의 성장 동력은 줄어들 테고, 국산 농기계의 빈자리를 일본산이 차지할지도 모른다”며 “스마트농업 시대에 국내 농업의 다양한 데이터들이 일본에 들어가는 것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식량안보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미국과 다시 관세 협상을 해야 함은 물론이며, 그러면서 관세로 인해 발생하는 농기계업체의 손실을 보전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산 농기계업체들이 미국 관세에 민감한 이유는 국산 트랙터의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농기계 산업을 확대하기 위해선 ‘수출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말’뿐 이었다. 김혁주 회장은 “이번을 수출시장 다변화를 꾀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농기계 수출국으로서 ‘중국’을 제시했다. 김혁주 회장은 지난 8월 18일부터 일주일여간 중국농업기계학회 회원들과 국내 농기계 현장을 동행했던 당시의 대화를 떠올렸다.
김혁주 회장은 “지금 중국은 농업 인력난이 심각해 농업 기계화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하더라”며 “자신들도 무·배추 수확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를 잘하는 업체를 소개해 달라거나 HST(무단변속) 시스템을 적용한 트랙터 모델이 있는지 직접 물으며, 국내 농기계에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가격 부분은 조정하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중국 농기계 시장에서 대부분 철수했지만,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수출 지역으로 동남아를 꼽았다. 김 회장은 “최근 한 달 동안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 동남아 4개 국가를 돌았는데, 이들 국가도 농사지을 인력이 없어 기계화가 절실하다”며 “흔히 동남아 쌀 벨트 국가에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으로 국산 농기계를 투입함으로써, 향후 수출의 씨앗을 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그렇다고 미국 수출시장을 외면할 순 없다. 미국에서 국산 트랙터의 입지를 더 강화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김 회장은 미국 내 ‘금융 지원’을 제안했다. 미국에서 우리나라 트랙터를 구매할 때 고객들에게 융자와 같은 금융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TYM 등 국내 농기계업체들이 요구해 왔던 사안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존디어처럼 글로벌 농기계기업들은 파이낸싱(금융 지원)을 하고 있고, 이게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이라며 “국내처럼 융자 등 금융 지원을 통해 미국 고객들이 국산 농기계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면서 미국에서 국내 농기계업체들이 수출 확장력을 가져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회장은 “이번 관세 결정은 통상에 의해 발생했고, 농기계산업은 국가의 농업을 지탱하는 기간산업인 만큼 정부가 나서서 통상으로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며 “동시에 농기계 수출을 확대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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