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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정연구센터가 창립 32주년을 맞아 마련한 심포지엄이 ‘새 정부 농정 의제, 무엇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8월 2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진행됐다.
농정연구센터 ‘새 정부 농정의제’ 심포지엄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8. 29
대한민국 농정의 핵심 과제인 식량 자급률 제고, 쌀 수급 조정, 농지의 효율적 이용, 미래 핵심 경영체 육성, 친환경농업 확산 등을 풀기 위해서는 개별 농가 단위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농업혁신지구 등 무너져가는 농가를 보완·대체할 조직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아울러 농정을 둘러싼 사회적 대화 채널 강화를 위해 운영되는 각종 농정 위원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농정연구센터 창립 32주년을 맞아 8월 2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창조룸에서 열린 ‘새 정부 농정 의제, 무엇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심포지엄에서 나왔다.
늘봄영농조합 성공사례 주목
110ha 규모 대규모 농장으로 전환
쌀 대신 콩·양파 등 재배 소득 제고
젊은층-고령농 분업·협업으로 성과
‘지역농업혁신지구’ 운영 확대를
▲ 무너져가는 농가 대체할 조직 기반 필요
‘지역농업혁신지구와 농정 전환의 시대적 방향’을 주제발표한 윤석환 농정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은 농가 붕괴에 대응해 농가를 보완·대체할 조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윤 전문위원은 “농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가족 단위 농업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며 “식량 자급률 제고, 쌀 수급 조정, 농지의 효율적 이용, 미래 핵심 경영체 육성, 친환경농업 확산 등은 이제 개별 농가가 아닌 조직과 시스템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 속에 그는 늘봄영농조합 사례를 들며 상호 상생적 협력적 조직화를 통해 농정의 핵심 과제들이 해결된 사례를 평가했다. 80여 농가가 경작하던 농지를 단계적 임대차를 통해 최종적으로 일괄 임차하면서 110ha 규모의 대규모 농장으로 전환, 기업적 마인드에 기반한 자유로운 영농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늘봄영농조합은 쌀 재배 비중을 5%로 낮추고, 나머지 면적에 콩·양파·감자를 재배해 농지 이용률 180%와 소득 3배 이상 증대를 달성했다. 또한 젊은 층은 농기계 작업을, 고령 농가는 수확·가공을 맡는 분업·협업 체계를 구축해 상생 구조를 만들어냈다. 윤 전문위원은 이 사례가 농가 경영 한계를 대체할 조직경영 시스템과 지역 단위 영농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쌀 과잉 해소와 식량 자급률 제고에 기여하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성과의 전국적 확산을 위해 ‘지역농업혁신지구’ 지정·운영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그는 “농업진흥지역 내 50ha 이상 규모 농지를 대상으로, 시군과 5인 이상 농업인, 1개 이상의 농업법인이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제도화 필요성을 제안했다. 또한 “지역농업혁신지구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법 제정과 개정이 필요하다. 특히 농지법 시행 30년의 틀을 넘어 농업혁신지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가칭) 제정이 요구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김규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역농업혁신지구 구상은 농지의 효율적 활용과 함께 농업경영체 간 상생·공영 방안을 잘 담고 있다”면서도 “여기에 품목별, 특히 식량작물에 대한 국가적 비전과 큰 틀에서의 목표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합토론에선 규모화·조직화 필요성이 재차 강조됐다.
김현권 전 국회의원(한우 농가)은 “수익성과 토지이용률을 높이려면 넓은 토지를 한 필지처럼 활용하는 규모화가 필요하다. 또 인간 노동이 아닌 기계 중심 구조이므로 기계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업 지속 성장을 위해 전문농가 중심의 경영 역량 제고와 생산성 향상, 규모화 추진이 필요하다”며 “전문농가를 중심으로 한 경영 역량 강화 정책, 농업법인화를 위한 제도 개선, 농정 성과 지표로서 전문농가 농업총수입·농업소득·법인 경영성과 지표 등을 선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30여개 달하는 농정분야 위원회
회의 개최는 1년에 한 두번 ‘도마’
농특위 위상 재정립 목소리도
▲ 유명무실 농정분야 위원회 개선 요구
이명헌 인천대 교수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농정 인프라 재구축’을 주제로 발표하며 농정 분야 위원회와 사회적 대화체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2025년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위원회는 30개에 달하지만 상당수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며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를 제외하면 다수 위원회의 연간 회의 개최 횟수가 1~2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원회 구성 역시 농업계 인사 중심으로 시민사회 참여가 제한돼 있어 식품 안전성, 생태환경 등 농업정책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지속가능성 이슈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농특위 등 다부처 위원회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그는 “농특위법에 따라 기재부·국무조정실·식약처 장관 등이 당연직 위원이지만 실제 참석률은 매우 낮다. 농특위가 다루는 의제를 농식품부나 해수부 소관 업무로만 인식해 무관심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 소속 특별위원회임에도 대통령으로부터 구체적 임무 부여가 없는 점도 한계”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일부 위원회가 정부 정책안을 사후적으로 추인하는 요식절차에 머무르고 논의 사항의 공개 정도도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해외 사례를 언급했다. 이 교수는 “독일 연방농업영양부 과학자문위원회는 심의가 아닌 전문적 자문을 맡고 그 결과를 일반에 공개한다. 일본 농림성 소관 식료농업정책심의회 역시 회의자료와 위원 발언 내용을 포함한 회의록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합토론에서도 농특위의 위상 재정립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손영준 농어업농어촌먹거리대전환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농특위가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사회적 대화 기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 위상을 재정립하고, 논의사항 공개와 의견 청취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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