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농정연구센터가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개최한 ‘창립 32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농정연구센터 ''새 정부 농정 의제'' 심포지엄
농지 면적·인구 급감…영세농가 비중은 증가
정책간 충돌·현장과 괴리로 농정 성과 못내
농지 집단화·효율화 필요…농업 세대교체도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5. 8. 28
농지와 농가 인구가 줄어드는 동시에 영세농가 비중은 늘어나면서 농업 여건이 양과 질 모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과 괴리되고 정책간 상충 문제도 발생해 성과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농지 이용 효율을 높이고 고령농의 은퇴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농업혁신지구’ 지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농정연구센터가 창립 32주년을 맞아 27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개최한 ‘새 정부 농정 의제, 무엇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심포지엄에서 이런 의견이 오갔다.
◆농가·농지 줄고 영세농 늘어, 농업 양·질 모두 악화=농지 면적과 농가 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다. 경지 면적은 2000년 188만 9000㏊에서 2024년 150만 5000㏊로 줄었고, 같은 기간 농가 인구도 403만1000명에서 200만4000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곡물자급률 역시 29.7%에서 2023년 22.2%로 추락했다.
양적 축소 속에 질적 개혁도 뒷걸음질하고 있다. 0.5㏊ 미만 영세농가 비중은 2000년 31.8%에서 2024년 52.9%로 21.1%포인트 증가했지만 3㏊ 이상 농가는 6.2%에서 7.0%로 0.8%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책 엇박자, 구조개혁 가로막아=정부는 다양한 농정 대책을 내놨지만, 정책간 충돌과 현장 괴리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윤석환 농정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은 “정부는 다양한 비전과 정책, 예산, 법 제정, 사업들을 추진해 왔으나, 우리 농업 현실은 여전히 취약하다”며 “정책 비전과 목표가 뚜렷하지 않아 정책간 충돌 현상이 나타나고 방향성이 모호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특히 소농직불제는 현장과 괴리를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고령화로 임대차·위탁이 일반화된 현실과 달리, 소농직불은 자경을 전제로 설계돼 정책 대상인 다수 소농 사이에 부조화를 낳고 있다.
정책간 충돌 또한 문제다. 소농직불이 영세소농 구조를 고착시키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배면적 조정제나 타작물 전환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윤 전문위원은 “소농직불은 궁극적으로 농업 생산을 유도하는 정책이지만, 쌀 과잉에 대응한 벼 재배면적 감축은 생산 억제 정책”이라며 “타작물 재배 정책은 농지가 여기저기 분산돼 있고, 다시 다른 농가 농지와 섞여 있는 상황에서 정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농지 집단화·효율화, ‘지역농업혁신지구’ 제안=심포지엄에서는 농업 구조개혁의 방안으로 ‘지역농업혁신지구’ 지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경북 문경의 늘봄영농조합법인처럼 지구 단위 조직화를 통해 농지 이용 효율성을 높이는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현 방안으로는 농업진흥지역 내 50㏊ 이상 농지를 대상으로, 5인 이상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이 신청해 지구 내 농지를 집단화·효율화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행 ‘농지법’에서 금지하는 임대차와 위탁경영을 전면 허용하고, 참여 농가가 위탁이나 임대차로 자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지구 운영 기간에는 농업인 자격을 인정해 직불금 등 혜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본 역시 ‘농지이용집적촉진계획’ 등에 참여하는 농가는 자경하지 않아도 협동조합 정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에 특례를 두고 있다.
농가 참여를 끌어낼 인센티브 방안도 제시됐다. 지구에 소농직불금·전략작물직불금·친환경직불금을 상향하고, 은퇴를 희망하는 고령농에게는 농지연금 지급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전문위원은 “참여 농가에 한정해 인센티브를 주면 예산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지 이용 효율화와 함께 세대교체도 과제로 언급됐다.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늘봄영농조합법인이 주는 시사점은 크게 두 가지로, 토지를 한 필지로 모으는 규모화를 이끌고, 기계 이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지금이 일종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데, 떠나고 싶어 하는 고령농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은퇴 제도를 도입하고 농지가 젊은 경영체에 집결될 수 있는 구조개혁을 어떻게 할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지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의식 GSnJ 인스티튜트 농정혁신연구원장은 “소유·이용·보전, 이른바 농지 삼위일체를 추구하는 정책이 과연 실현 가능한지 검토해야 한다”며 “8년 자경농지 양도소득세 감면제도가 농업구조를 왜곡시키는 부작용이 크다면 이제는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소농직불금에 대한 실증적 평가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규호 국회입법조사처 산업자원농수산팀 입법조사관은 “소농직불금 이야기는 실증적으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며 “소농직불제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영농 이탈이 여의치 않은 고령농이 많으므로 제도 시행 전후의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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