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호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
농산물 가격·소득 불안 해소에
기본소득·직불금 확대가 방법
청년농 기술교육·정착 지원 필요
인위적 농촌 구조조정은 반대
농지 ‘농지농용’ 원칙 관리해야
규제 완화가 투기 조장해선 안돼
농민신문 양석훈, 사진=김병진 기자 2025. 8. 28
김호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이 18일 공식 취임해 활동을 시작했다. 농특위에 대한 농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동시에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존재감을 입증하고 ‘농정대전환’이라는 국정과제를 측면 지원해야 하는 숙제가 김 위원장 앞에 놓였다. 농민 친화적 농업계 대표 석학인 그에게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모인다. 최근 김 위원장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농특위 사무실에서 만나 포부 등을 물었다.
- 이재명정부 초대 농특위원장으로서 어깨가 무겁겠다.
▶기후위기·농업위기·식량위기·지역위기의 시대다. 3농(농어민·농어업·농어촌)의 여건이 불안정하다. 농민이 새 정부에 기대하는 바가 큰 만큼 농특위원장으로서 사명감과 부담감도 크다. 우선 농특위가 농어민으로부터 관심을 회복해야 하고, 대통령실·정부와 소통도 강화해야 한다.
- 농어민에게 관심을 끌어낼 방안은.
▶‘농업 4법’ 논란에서 보듯 지난 정부에선 농정이 일방통행을 하며 논란이 있었다. 우스개로 ‘우문현답(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라고 한다. 현장의 요구를 듣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정책을 도출하면 농어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일환으로 농민단체와 간담회도 시작했다. 어느 사안에 상반된 의견이 나올 경우 조정·조율하는 가교 역할을 농특위가 할 것이다.
- 집행 기능 부재도 농특위의 한계로 지목됐는데.
▶농특위는 거버넌스 기구다. 민관이 대화·소통·협력해 정책 대안을 만드는 게 고유 기능이다.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해서 성과를 내면 정부 정책에도 반영되고, 대통령실과의 소통도 강화될 것이다.
- 정부 주도로 만든 농정 혁신 기구인 ‘케이(K) - 농정협의체’와 역할 중복 논란이 있다.
▶중복이라고 보지 않는다. 농정대전환이 국정과제인 만큼 행정부도 당연히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다양한 농정 혁신 주체가 함께 고민할 때 최선의 결과가 나오리라 본다. 농특위는 ‘국가책임농정’ ‘농업의 전략산업화’라는 약속이 현 정부 임기 내에 실현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정책 방향·원칙·목표·전략을 수립하는 데 힘을 쏟고자 한다.
- 취임사에서 3농의 지속성을 높일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경제·사회·환경 측면에서 3농이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농정 목표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농어업·농어촌이 있으려면 그 주인인 농어민의 경제가 안정돼야 한다. 농산물 가격과 소득이 불안하면 안된다. 농촌기본소득과 직불금 확대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농민 절반에 해당하는 여성농의 권리 향상이 중요하고, 환경 측면에선 친환경농업의 확대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3농 사상’과도 연결 지어볼 수 있다. 농민을 잘살게 하자는 ‘후농(厚農)’과 농민 권리를 높이자는 ‘상농(上農)’은 앞선 농가경제 개선, 농민 권리 증진과 맞닿아 있다. 농사를 편히 짓게 하자는 ‘편농(便農)’은 농업의 기계화와 인력문제와 이어진다.
- 3농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농어민을 지원해야 하나.
▶대상을 특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중소농은 중소농대로, 대농은 대농대로 역할과 기능이 있다. 품목·지역·연령·규모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 대농을 육성하기 위해 고령 소농 지원은 줄이고 은퇴를 유도해야 한다는 식의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 지난 정부에서 농업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청년농 양적 확대 정책을 추진했는데.
▶대출 지원 중심 대책은 자칫 빚쟁이 청년만 양산할 수 있어 위험하다. 예비농업인 과정을 거쳐 기술을 배우고 자연스레 농촌사회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고령농과 청년농을 멘토·멘티로 묶어주는 모델도 있다. ‘3만명 육성’ 등 숫자를 정해놓으면 실적에 쫓겨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 농지 규제 논란도 계속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활동하면서 규제 완화 반대 입장을 견지했는데.
▶정부가 농업을 국민 먹거리를 지키는 전략산업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국제정세 탓에 먹거리 위기도 심화하고 있다. 식량 생산에 필수적인 농지는 보전해야 하며, 농지를 농업에만 사용하는 ‘농지농용’ 원칙으로 관리해야 한다. 일부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비농민의 자산가치를 높여 투기를 조장하는 방향은 안된다.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농민이 보는 재산상 피해는 직불금 등으로 보전할 필요가 있다.
- 끝으로 농민들께 한마디 해달라.
▶기구 명칭을 ‘대통령 소속’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약칭은 ‘농어업위’에서 ‘농특위’로 바꾸고자 한다. 언어의 사회성을 고려해 익숙한 명칭으로 되돌리는 동시에 현장과 정책이 ‘직접’ 연결되는 의미도 강조하는 차원이다. 기후위기 등으로 농업이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다. 농특위와 정부도 할 일을 할 테니 농민도 사명감을 가지고 힘을 내달라.
※ 김호 위원장은
▲1961년생(63세) ▲고려대학교 농업경제학 박사 ▲단국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장 ▲충남도 3농혁신위원장 ▲한국농식품정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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