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협 조세특례 축소하는
‘세제개편안’ 국회 통과하면
500억 이상 농촌경제 이탈
농민·서민 실익 감소 불보듯
농민신문 김해대 기자 2025. 8. 28
농축협 비과세 예탁금 축소와 법인세 상향을 골자로 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확정됐다. 이어질 국회 심사에서 개편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농촌 경제에서 돌아야 할 돈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무리 세수(稅收)가 부족해도, 정부가 경제적·사회적 약자인 농민과 농촌에 대한 특례를 축소하면서까지 재정 확보에 나서는 방식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2025년 정부 세제개편안’은 3000만원 이하 농축협 (준)조합원 비과세예탁금에 소득 기준을 새로 도입했다. 준조합원의 경우 총급여 5000만원을 초과하면 내년부터 5%, 2027년부터 9%의 이자소득세를 물리는 것이다. 농축협 법인세도 20억원 초과분에 대해 세율을 현행 12%에서 15%로 상향했다. 법인지방소득세는 저율 과세를 아예 없애고 일반 과세로 방향을 틀었다. 농민이 대출받을 때 담보물 등기에 부과되는 등록면허세(농축협 부담)도 50% 감면됐는데, 앞으로 전액 부과하기로 했다.
이날 일선 농협 조합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농협 ‘세제대책위원회’에선 세제개편으로 최소 500억원의 자금이 농촌 경제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왔다. 당장 법인세율이 오르면 전국 262개 농축협의 세 부담이 190억원 늘 것으로 파악됐다. 법인지방소득세의 경우 전체 농협이 영향을 받아 세 부담이 166억원 증가한다. 담보물 등기 등록면허세 감면 폐지로도 13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비과세 예탁금은 특례 축소에 따른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기 어렵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위원회에 참석한 조합장들은 ‘비과세’라는 상징성이 사라지고, 어떤 수준이든 세금을 내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금융 소비자 심리상 농축협 예금이 1금융권으로 연쇄 이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편안은 1금융권만 취급할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비과세 혜택을 더 확대하기로 해 ‘과세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경북지역의 한 농협 조합장은 “비과세 예탁금은 1970년대부터 50년간 이어져오며 농민·서민의 실익 증진에 보탬이 됐고, 농협의 안정적인 경영을 도와 농민을 지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제도”라며 “재정당국에서 매번 이 제도를 축소하려는 시도에 농촌 현장 불만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재정당국이 세수 확보를 위해 농업·농촌 조세특례에 칼을 대려는 움직임에도 비판이 인다. 정부 조세특례액 중 농림수산분야 비중이 2015년 15.1%에서 올해 8.4%로 줄어든 마당에 이를 더 줄이는 건 문제라는 것이다. 농협은 조세특례를 기본값으로 두고, 농업·농촌 지원을 늘려왔는데 이 부분이 틀어질 우려도 있다.
농축협은 지난해 농자재 지원, 농작물 재해보험료 지원, 농민 자녀 장학금 지원 등으로 1조4632억원을 지원했고, 농민과 농촌 주민에게 9622억원을 배당했다.
김명렬 광주광역시 서창농협 조합장은 “농협은 산간오지와 섬에서도 마트 등을 운영하며 주민 복리를 높여 정부의 역할을 뒷받침하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온 배경 중 하나가 조세특례였는데, 세수 부족을 이유로 농민 대상 조세특례를 축소하려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영섭 경남 양산농협 조합장도 “지금까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농산물 시장 개방 속에서도 농업을 지켜온 농민들을 간접 지원해온 방편이 조세특례였다”면서 “농업·농촌 조세특례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지원을 늘려 농촌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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