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근채소인 무·양배추·당근 시세가 수개월째 침체되면서 농가 근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값 강세로 올해 재배면적이 일제히 늘어난 것이 1차 원인으로 꼽히나 내수 소비 회복세가 더딘 것도 요인으로 지목된다. 9월 출하될 물량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당분간 시세 반등은 어려울 전망이다.
◆ 당근 시세 전년 대비 54% 낮아…무·양배추도 49%·10% 하락
27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당근은 20㎏들이 상품 한상자당 3만8140원에 거래됐다. 전년 8월 평균(8만2509원)보다 53.8%, 평년 8월(5만1189원)과 비교해선 25.5% 낮다. 시세 하락은 6월부터 지속됐다. 6월 평균 시세는 2만4029원, 7월은 2만3466원으로 전년·평년 동기 대비 모두 낮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8월 엽근채소 관측’에 따르면 올해 여름당근 재배면적은 486㏊다. 전년보다 16.2% 증가했다.
무·양배추도 같은 흐름이다. 27일 가락시장의 무 경락값은 20㎏들이 상품 한상자당 1만2687원. 전년 8월 평균(2만4702원)과 평년 8월(1만9524원) 대비 각각 48.6%·35.0% 내렸다.
여름무는 재배면적·단수가 동시에 늘면서 생산량이 증가했다. 농경연에 따르면 올해 여름무 생산량은 전년보다 16.2% 증가한 26만5000t이다. 김찬겸 대아청과 경매사는 “여기에다 지난해 여름무 가격이 높아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대형 가공공장들이 산지와의 계약재배 비중을 늘려 구매를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양배추 시세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8월1∼27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양배추 상품 기준 8㎏ 한망당 6904원이다. 전년 8월 평균(7633원)보다 9.6%, 평년 8월(7428원) 대비해선 7.1% 낮다.
송영종 대아청과 경매사는 “배추는 폭우·폭염이 오면 하루만으로도 품위가 망가지지만 양배추는 상대적으로 폭염·폭우에 강하다보니 재배 위험도(리스크)를 줄이고자 양배추로 작목을 전환한 농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경연에 따르면 여름양배추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7.2% 늘면서 전체적인 생산량이 전년보다 6.9% 많은 9만9000t으로 집계됐다.
◆ 소비 회복세 더뎌…약세장 길어질 듯
문제는 시세가 반등할 조짐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식품산업 종합경기지수는 85.7이다. 이전 분기(86.3)와 비교해선 소폭 올랐지만 전년 동기(93.6)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낮다.
허상현 동화청과 경매사는 “8월 마지막주 들어서 부산지역 당근이 거의 소진돼 9월초엔 시세가 살짝 살아날 수도 있다”면서도 “그래 봐야 평년 수준이고, 9월 중순 이후 강원산 물량이 집중 출하되면 시세는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양배추도 우울하긴 마찬가지다. 김 경매사는 “강원지역에 가뭄·고온이 이어지면서 무 품위가 썩 좋지 않다”면서 “농가들은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상태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출하를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9월 이후에도 평창군 대관령면이나 홍천군 내면, 강릉시 왕산면 등에서 출하할 물량이 많이 있어 소비가 회복되지 않는 한 시세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송 경매사도 “9월 출하 대기 중인 양배추물량이 강원지역에 많아 당분간 시세는 약세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나마 각급 학교가 속속 개학해 급식용 수요가 늘고 추석 전 경기가 조기 살아나는 것을 기대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민신문] “농업·농촌 지원 줄이는 세수 확보 안돼” 
[식품저널] CJ제일제당, 김치 기반 B2B용 만능소스로 K-푸드 영토 확장에 속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