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탕무시스트선충 감염이 확인된 강원 태백시 하사미동 인근의 한 배추밭. 알이 차지 않아 수확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강원서 전남까지 전국 확산세
녹비작물 심는 휴경 유일 대안
장기적 생산기반 약화 우려
“지원 재개·방제비 현실화해야”
농민신문 강릉·평창=이연경 기자 2025. 8. 27
배추 뿌리에 기생하는 사탕무시스트선충 피해가 확산일로인 가운데, 정부가 올해부터 ‘휴경’을 정부 지원 방제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장에서는 “필요한 제도인데도 보완하지 않고 폐지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탕무시스트선충은 2011년 강원 태백에서 처음 확인된 뒤 강원 삼척·정선·강릉으로 퍼졌고, 지난해 충남 아산에 이어 올해는 강원 평창에서도 발생이 공식 확인됐다. 최근 전남 해남에서도 감염 의심 사례가 보고돼 남부권 확산 우려까지 제기된다(본지 7월28일자 5면 보도).
사탕무시스트선충은 암컷이 토양 속에 시스트(포자) 형태의 알을 낳아 수년간 생존한다. 주로 십자화과 작물에서 피해가 큰데 약제만으로는 제거가 어렵기 때문에 토양을 소독한 뒤 일정 기간 기주 식물을 심지 않고 녹비작물을 심는 ‘휴경’이 과학적으로 권장된 방법이다.
그동안 정부는 ‘식물방역법’에 따라 발생지를 휴경하면 토지 소유자에게 3.3㎡(1평)당 4000원의 손실보상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사탕무시스트선충 피해가 주로 발생한 고랭지배추는 임차농 비중이 높아 실제 농민은 휴경 이행에 참여하지 않고 지주만 보상금을 챙기는 사례가 많았다. 그 결과 휴경지에는 녹비작물 대신 잡초만 무성하거나 방제가 부실해 선충이 오히려 확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휴경이 유일한 대안인 만큼 사탕무시스트선충 근절을 위해서 휴경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관계기관이 철저하게 현장을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는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대신 휴경을 방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폭염으로 ‘금(金)배추’ 사태가 벌어지자 수급안정을 위해 올해부터 휴경을 방제 지원 항목에서 제외한 것이다.
농민들 사이에선 “허술한 제도를 고칠 생각 대신 폐지를 택해 장기적으로 생산기반을 위협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실제로 피해면적은 올해 들어 급증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시스트선충류 방제면적은 7월 기준 563.9㏊로 지난해 총방제면적(224.2㏊)보다 두배 이상 많다.
이에 휴경 지원을 재개하고 방제비 지원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시갑 강원도배추무생산자협의회장은 “농진청 권고대로 토양을 소독하려면 훈증제 살포 뒤 비닐을 덮어야 하는데, 1983.5㎡(600평) 에 120만원이 든다”며 “정부 지원은 약제비뿐이어서 농가 부담이 큰데 인건비와 자재 부담이 농가에 전가되면 방제가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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