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상 칼럼] 농지 임대차·유동화 전략을 재정비하자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 2025. 8. 26
농지가격은 도시 토지가격에 비하면 매우 낮지만, 농업소득을 고려할 경우 높은 편이다. 농민이 영농을 통해 농지 매입 비용을 감당하기는 힘들다. 농민들은 현실적으로 농지를 임차해 경영규모를 확대하지만, 이미 비농민이 소유한 농지가 전체 농지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앞으로도 상속 등을 통해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농지대장 정비, 직불금 부당 수령 확인 강화, 친환경인증의 엄격한 관리 등의 정책이 추진되면서 임차농들이 친환경농업을 유지하기 곤란해지는 문제가 생겼다. 경기도 친환경농업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농지를 임차한 친환경인증 농민의 54.8%가 농지소유자의 직불금 수령으로 인해 직불금을 받지 못한다. 또한 8년 자경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원하는 농지소유자가 직불금 부정 수령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임차농에게 친환경인증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실정이다. 임차농이 친환경인증을 포기하고 관행농으로 후퇴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기본형 공익직불제 소농직불금이 지급되면서, 농지를 빌려주고 실질적으로 은퇴한 고령농이 임대한 농지를 회수해 자경함으로써 기존 임차농의 경영이 불안정해졌다. 2023년 농가의 52%를 차지하는 0.5㏊ 이하 농가의 경우 연간 농업소득이 약 137만원 수준인데, 소농직불금 130만원은 나름 큰 금액이다.
공익형이라는 목적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직불금 지원 확대 정책은 오히려 농업구조 개선과 농지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한다. 실제 소농직불금이 지급된 이후 0.5㏊ 이하 농가수는 늘고 있다. 소농직불금을 받는 소규모농가 중엔 고령농 비중이 높은데, 직불금 지급으로 이들의 은퇴 유인을 약화시켜 세대 전환을 어렵게 한다.
농민의 고령화와 더불어 상속·이농 등을 통한 비농민의 농지가 늘어날 전망이다. 도시에 거주하는 자녀가 개별 또는 가족 단위로 농지를 상속받는 경우 농지의 효율적 이용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힘들다. 이들 농지를 그냥 합법적 농지 소유라고 볼 것이 아니라 누가 소유하든 농지는 농업용으로 효율적으로 이용되도록 경북 문경 늘봄영농조합법인 사례처럼 조직적 공동경영 혁신을 통해 개별 소경영의 한계를 극복하든지 농지 소유·이용제도와 관련 정책을 개편해야 한다.
농지의 합리적 관리와 농업구조 개선에 역행하는 8년 자경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나 직불금 정책을 전면 개편하자. 농지를 우수한 농민이나 공동이용조직, 친환경농민 등에게 양도 및 장기 임대하는 경우에 그 혜택이 주어지도록 하자. 고령 영세 농민에게 소농직불금을 지급하기보다 경영은퇴 이후에도 소농직불금 이상의 금액이 계속 지급되도록 설계하고, 영농조직 등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해 세대 전환과 농지의 효율적 이용을 도모하자.
이를 위해서는 농지제도만이 아니라 직불 정책, 양도소득세 감면, 조직적 공동경영 활성화 등 농지에 영향을 주는 정책과 제도 간의 조화가 필요하고, 농민의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아울러 농지는 농업용으로 효율적으로 이용한다는 원칙하에 비농민 및 은퇴 농민의 농지를 농지은행 등을 통해 우수 경영체나 친환경농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자.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농업구조 개선 및 친환경농업 확산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명확히 하면서 정부가 농지은행사업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사업 수수료를 인하해 농지소유자와 농민이 농지임대수탁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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