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무 시장과 배추 산지에서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는 불만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무의 경우 가락시장 출하분에만 물류비를 집중 지원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꺾게 만들어 생산·출하자를 배려하지 않는 등의 문제를 야기했고, 배추는 봄배추 산지에서 농협이 일방적으로 거래 가격을 높게 올려놔 차후 배추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했다는 것이다. 반면 농협은 무의 경우 물가안정 차원, 배추는 원래 형성됐던 거래 가격대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 일련의 상황에 대해 유통 전문가들은 무·배추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무, 작황 악화로 가격 오르자…
3월 한 달 동안 가락시장 출하 무 물류비 지원
“인위적 시세꺾기, 총선 앞두고 물가잡기 혈안”
●시설봄배추 거래가격 거품?
하우스 한 동 거래가 350만원, 2배 가까이 높여
“산지부터 가격 올라 적정 시세형성 악영향 우려”
▲인위적으로 시세 꺾으려는 무 시장=월동무 주산지인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작황이 좋지 못해 출하 물량이 급감,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무의 경우 농협중앙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물류비 지원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농협과 무 산지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가락시장 출하 물량에 대해 컨테이너 당 30만원의 물류비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물가 안정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하는 행사다. 지난해 가격이 급등한 양파의 경우에도 이런 사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무 유통 종사자들은 수요와 공급을 무시한 채 인위적으로 시세를 꺾어 생산자와 출하자를 어렵게 하는 행동이자 총선을 앞두고 오로지 물가 잡기에만 혈안이 된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최대 공영도매시장이자 농산물 기준가를 형성하는 가락시장에 물량이 집중되면 시세가 가라앉는 것은 당연지사라는 것.
지역의 한 무 유통 종사자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비상이 걸려 물가안정에 나서는 것은 알겠는데 지금 시세가 높은 것은 생산·저장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 시세라도 나오지 않으면 생산량 감소로 신음하는 생산자와 출하자들은 정말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며 “기본적으로 생산량과 출하량이 감소하면 시세가 오르는 건 당연하다. 이건 수요와 공급의 당연한 법칙이기도 하고, 시장에 맡겨두면 자연스레 해결되는데 농협에서 너무 무리수를 두고 산지를 곤궁에 빠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등한 하우스 거래가 놓고 시끄러운 봄배추 산지=배추업계에 따르면 시설 봄배추 주요 산지인 충남 예산에서 최근 하우스 한 동당 35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보통 200만원 내외의 거래 시세가 형성되고, 올해도 이 가격대에 계약이 이뤄졌는데 강원도의 대관령원예농협이 최근 350만원에 100여동의 계약을 맺었다는 것. 이곳의 배추 산지유통인들은 기존 거래가보다 150만원이나 높인 대관령원협으로 인해 배추 시장질서가 교란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예산의 한 산지유통인은 “이 지역에 시설봄배추가 3500동 정도 되는데 대관령원협이 이중에서 130여동을 350만원에 계약을 해 기존 200만원에 거래가 됐던 산지 시장 질서를 문란하게 만들었고, 무엇보다 향후 배추시장을 어지럽혀 놓았다”며 “당장 올해 봄배추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늘어났는데 350만원에 산지 거래가 이뤄지면 봄배추 출하기에 고단가가 아니면 누가 배추를 내놓으려고 하겠느냐. 이뤄다 봄배추 시장이 어지러워지고 결국 그 이후 작기의 배추 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고, 또 내년 봄배추 산지에선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대관령원협에선 올해 월동 저장물량이 부족해 봄배추 물량을 확보해야했고, 산지 거래 가격은 이미 산지에서 형성됐던 가격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관령원협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김치 공장 납품용과 비축 물량 확보를 위해 예산 지역에서 하우스 한 동당 350만원에 구매 계약을 맺었다”며 “올해 저장량이 적어 봄배추 계약을 진행했는데 350만원은 우리가 이야기한 게 아니라 이미 300만원 초반 대에 거래가가 형성돼 있었다. 그 이하로는 거래가 안 돼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산지유통인들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재반박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산지유통 관계자는 “지역 농가들에게 물어보면 다 알 사실을 왜 다르게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산지 거래가를 일방적으로 높여놓은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우려스러운 건 봄배추 산지 거래가격 상승이 배추시장엔 좋지 않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산지 가격부터 거품이 끼면서 결국 적정 시세가 형성되지 않으면 물량을 시장에 내보내지 않고 쌓아두고 있다가 더 이상 저장할 수 없을 때 시장에 반출해 시장 물량이 일시적으로 몰리거나, 이후 생산될 작기와 맞물려 출하될 수 있기 때문. 이렇게 되면 배추 가격은 지난 몇 년간의 바닥세를 재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배추 관련 한 유통 전문가는 “적정한 가격에 거래되고, 이 산지 물량이 시장에 순차적으로 들어오는 게 단기적으로는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생산자와 유통인 모두에게 좋은데 산지에서 거품이 끼게 되면 결국 손해는 유통인을 넘어 생산자에게까지 돌아가게 된다”며 “올해 예상 물량 등을 놓고 봤을 때 하우스 한 동당 350만원까지 치솟은 건 너무나 큰 거품이 끼어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영민·김경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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