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품기업·제과점 소비량
정부 매입량의 25.6%에 그쳐
‘재배 감축’ 정책 선회 움직임
생산단지 지원 중단 피해 우려
농민신문 지유리 기자 2025. 8. 26
쌀 과잉생산을 해소하고자 육성한 가루쌀(분질미)이 소비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매입·재고 부담을 이유로 그간 정책 기조와 반대로 재배면적 감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농가들은 갑작스러운 정책 선회로 혼선과 피해가 막심하다며 가루쌀 축소 방침을 철회하라는 입장이다.
본지가 확보한 농림축산식품부의 ‘2024년산 가루쌀 재고 공급방안’에 따르면 식품기업·제과점이 상반기 소비한 가루쌀 물량은 1300t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수요 물량인 4000t을 더하면 올해 민간의 가루쌀 총소비량은 5000t을 겨우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농식품부가 매입한 2024년산 가루쌀 2만700t 가운데 25.6%만 시중에 판매되는 셈이다.
농식품부는 쌀 재배면적을 줄이기 위해 2022년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대책’을 수립하고 논 타작물로서 가루쌀 재배를 장려해왔다. 대책에선 2027년까지 재배면적 4만2000㏊, 연간 생산량 20만t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전문 생산단지 151곳 조성, 기술 전파, 전략작물직불금 지급 등 각종 지원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2020년 21㏊였던 재배면적은 올해 1만㏊ 규모로 늘었다.
반면 소비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산 가루쌀의 경우 공공비축 전량(6900t)이 소진됐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9월까지 2000t만 소비되는 등 소비부진이 심각했고, 이후 국회에서 문제가 지적되자 가격 할인과 주정용 등 단발성 판로 확보를 통해 가까스로 재고를 털어냈다.
지속가능한 대형 판로가 마련되지 않은 채로 가루쌀 생산량이 3배로 늘어나면서 정부의 재고 관리 부담은 더욱 커졌고, 결국 가루쌀산업 육성 정책 진행에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그 일환으로 앞서 올해 재배면적 목표치를 종전 1만5800㏊에서 9500㏊까지 줄였다. 이어 2026·2027년 목표치는 이보다 30∼40%를 더 낮춘 6000㏊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농가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한국가루쌀공동경영체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가 가루쌀 재배면적을 늘리라고 강하게 권유했고, 생산단지도 135곳에서 151곳으로 늘렸다”며 “정책을 믿고 수년간 가루쌀 생산에 집중해왔는데, 내년부터 생산단지 대상 장비 지원을 중단하는 등 하루아침에 기조가 바뀌어 손해가 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가루쌀 소비가 부진하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엔 수요는 많은데 유통채널이 부실해서 소비가 잘되지 않는 것 같다”며 “일방적으로 면적을 줄일 게 아니라 유통체계를 개선하고 품질개선, 가격 경쟁력 확보 등 건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루쌀 재배면적 감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가루쌀산업 확대를 위한 정책은 지금과 같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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