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겉은 멀쩡한데 쪼개보면…강릉 고랭지밭 온통 꿀통
계속되는 폭염·가뭄…깊어지는 농민 근심
JTBC뉴스 조승현 기자 2025. 8. 26
[앵커]
한창 여름 배추를 수확하는 시기지만 이상 기후 때문에 농부들 근심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고랭지 배추 농가를 둘러봤더니, 속이 썩어버린 ''꿀통 배추''가 반이나 된다고 하는데요.
조승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해발 1100m 산 전체가 배추밭인 강릉 안반데기입니다.
지난 6월 초 심은 배추부터 수확에 들어갔습니다.
수확을 마친 밭에 가봤습니다.
한쪽에 배추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속이 전부 썩은 이른바 ''꿀통 배추''입니다.
악취가 코를 찌르고 날벌레가 떼로 달려듭니다.
[박영일/배추 운송업자 : (도매시장에) 가지고 가봐야 상품이 안 되고 폐기 처리해야 하니까 아예 밭에서 손을 안 대는 거죠.]
다른 밭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수확을 앞둔 배추밭입니다. 겉에서 보기엔 모두 멀쩡한 것 같은데요. 하나 열어보니까 안이 썩어서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바로 옆의 배추를 볼까요? 썩은 곳은 없는 것 같은데 안이 텅 비어 있습니다. 그 옆 배추는 썩어서 시커멓게 변했습니다.
안반데기에서 수확하는 배추의 절반이 ''꿀통''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전에 없던 가뭄 탓입니다.
지난달 강릉 고랭지 일대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에 못 미쳤습니다.
[강원 강릉농업기술센터 관계자 : 비가 와야 땅속에 있는 칼슘을 배추가 흡수를 할 수 있는데 이게 안 되다 보니까…]
평균 온도 역시 평년보다 1.5도 높았습니다.
[김시갑/강원도 무·배추 공동출하협의회장 : 대관령의 올해 최고온도가 33.2도까지 올라간 적도 있고요. 배추라는 작물이 저온 식물입니다. 이건 고온에 견딜 수가 없어요.]
본격적인 수확은 다음 주부터입니다.
지금처럼 기온이 높고 비가 내리지 않으면 작황은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급량이 줄면 가격이 오르겠지만, 농민이 반길 일도 아닙니다.
정부가 비축해둔 물량을 풀고, 수입해 가격을 낮추면 농민은 생산비조차 건질 수 없게 됩니다.
[김시갑/강원도 무·배추 공동출하협의회장 : 값이 올라간다고 하면 정부가 개입해. 그러면 농민은 설 자리가 없죠.]
당분간 폭염과 가뭄이 계속될 전망이라 농민 근심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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