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과채류 3월 가격 작년보다 높을 전망(농업 기관 발표)→농산물 가격 더 오른다(언론 보도)→비싸서 못 사먹겠다(누리꾼 반응).’ 이와 같은 일련의 공식 아닌 공식이 최근 들어 성립되며 농산물 소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년과 비교해 농산물 가격이 낮게 전망된 품목이 오히려 더 많았다. 그런데 왜 농산물 가격이 높아질 것이란 인식이 강할까, 이를 분석해봤다.
일부 언론 ‘농산물값 비싸다’ 몰아가기, 왜 나왔나
유난히 가격 낮았던 작년 기준 관측…시세 높을 수밖에
농업 관측기관, 평년보다 낮은값에도 전년대비 비교
가격 상승에만 초점 맞춘 보도행태에 소비까지 찬물
지난 수 년간 가격변동 추이 분석 등 오해 풀어줘야
▲평년보다 시세 낮을 품목이 더 많아=지난 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3월 과채관측을 발표하며 ‘대부분의 과채류 3월 가격이 작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풋고추와 참외를 제외한 딸기, 토마토, 오이, 애호박 등 주요 과채류 3월 가격이 작년보다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가격이 유독 낮았던 ‘작년’과의 비교에 불과했다. 농경연 농업관측센터의 전망대로 된다고 하더라도 일반 토마토의 경우 3월 평균 도매가격 전망치는 1만6000~1만8000원이었다. 작년의 1만5404원보다 높지만 평년의 2만3583원과 비교해서는 크게 낮은 수치다. 애호박도 농경연 농업관측센터의 3월 도매가격 전망은 20개 상품에 2만~2만2000원으로 지난해의 2만138원보다는 높지만 평년의 2만1709원보다는 평균적으론 낮은 시세 전망이다.
오이 역시 마찬가지. 백다다기 오이의 3월 평균 도매가격 전망은 100개 상품에 4만~4만3000원으로 지난해(3만9642원)보다는 높지만 평년(4만5496원)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 과채 관측의 가격 전망 품목이었던 딸기, 토마토, 풋고추, 애호박, 오이, 참외 중 실질적으로 평년보다 가격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 건 딸기 한 품목에 불과했다. 토마토는 일반 토마토와 방울토마토가 전망이 엇갈렸다.
▲왜 농산물 가격이 높다고 인식되나=그럼에도 여론은 농산물 가격이 높을 것으로 인식돼 있다. 무엇이 이런 잘못된 여론을 형성하게 만든 것일까.
이에 대해 무엇보다 ‘전년’과의 시세만을 유독 강조하는 농업 관측기관의 발표 행태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2014년의 세월호 사고와 2015년의 메르스·백수오 사태 등으로 소비가 크게 침체돼 유독 농산물 가격이 낮았던 지난해와의 농산물 가격만을 확대 비교해 발표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3월 과채관측의 ‘타이틀’이 ‘대부분의 과채류 3월 가격 작년보다 높을 전망’이 아닌 ‘대부분의 과채류 3월 가격 평년보다 낮을 전망’이라고 바뀌었다면 언론 보도나 소비자 반응도 달라졌을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과자 등 가공품과 핸드폰 등 공산품도 그 전년 가격이나 직전 제품 가격과 비교한다고 반박하지만 이들 제품은 농산물처럼 가격이 낮아지는 경우가 거의 없어 비교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
농가 입장이나 농산물 소비보다는 오로지 가격 상승에만 초점을 맞춘 일부 언론 행태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총선이라는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물가관리가 유독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 농업 관련 기관의 ‘농산물 가격 상승 전망’이라는 타이틀이 걸린 시세 전망은 좋은 먹잇감이 되기에 충분했겠지만 농산물 소비에는 찬물을 끼얹은 처사였다는 지적이다.
농산물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농산물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 농산물이 생산되는 과정 및 이에 따른 농산물 가치, 수십 년 전과의 농산물 가격 비교 등을 통해 농산물이 물가 상승의 주범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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