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 요구사항 제시했지만 농업분야 뒤로 밀려
정치권 농업홀대 방증…“현실적 공약 마련 나서라”
농민단체가 제20대 총선 농정공약 요구사항에 공을 들이고 있는 반면, 정치권에서는 농정공약이 점점 뒤로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3월 10일 20대 총선에 대응한 농정공약 요구사항을 확정했다. 한농연은 지난달 25일 열린 ‘제20대 총선 농정공약 대토론회’에서 농정공약 요구사항을 발표했는데, 전문가들의 주문과 함께, 한농연 시도회장단 의견 등을 수렴해 이번에 농정공약 요구사항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 결과, ‘농업관련 정부기관 역할 제고’와 ‘영세소농·가족농 보호를 위한 지원책 마련’, ‘축산분야 생산비 절감을 위한 대책 마련’ 등 3개의 요구사항을 추가, 당초 ‘4대 핵심기조 및 16대 농정공약 요구사항’이었던 게 ‘4대 핵심기조 및 19대 요구사항’으로 수정됐다.
이번에 새로 더해진 내용을 보면, 농업관련 정부기관 역할 제고와 관련해서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직불금 사업, 농축산물 안전성 조사·관리, 농식품 원산지 관리 등을 담당하는 전문기관으로 확대 개편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영세소농·가족농 보호를 위한 지원책으로는 일반·사회적 협동조합 또는 사회적기업·마을기업 등에 영세소농·가족농의 참여 확대, 영세소농·가족농의 다품목·소량생산 농산물의 판로 확보, 농어촌 현실에 맞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더불어, 쌀 생산조정시 사료작물 재배, 조사료 재배 간척지의 임대료 감면 등을 통해 농가의 사료비 부담을 낮추는 것은 물론, 사료공장 및 도축장에 대해서 농사용 전기료(갑)를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도 요구사항으로 넣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이 같은 농민단체들의 움직임과 달리 여·야는 농정공약에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야가 각 분야별 공약을 앞 다퉈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농정공약은 여전히 빠져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2월 4일 ‘민생 앞으로! 가계부담 완화를 위한 새누리의 약속’을 시작으로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 ‘배려나누기’ 등의 제목을 단 20대 총선공약을 발표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달 5일부터 ‘더 나은 삶을 위한 더 좋은 민생복지 공약’, ‘공평한 건보료 부과체계 공약’, ‘어르신 기초연금 인상 공약’ 등을 제시해 오고 있다. 국민의당은 복지 12대 공약, 10대 청년 공약, 10대 여성 공약을, 정의당은 5시간 퇴근제, 복지임금 100만원 시대, 국민 평균 월급 300만원 시대 등 민생노동경제 공약을 각각 약속했다.
그러나 농정공약은 아직까지 전무하다. 지난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개최했던 ‘제20대 총선 농정공약 대토론회’에서 각 정당은 농정공약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음에도,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 농정공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모두 “현재 최종 검수 중에 있고, 이번 주에는 농정공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직전 19대 총선과 비슷하다. 당시 총선을 불과 17일 앞둔 3월 25일을 전후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이 농정공약을 제시했던 것. 19대에 이어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농정공약이 또다시 막차를 탈 것으로 예고되면서 농업계에서는 농업계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이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데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
김광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여·야 정당 및 지역구·비례대표 후보자들에게 한농연의 농정공약 요구사항을 지역구 및 비례대표 후보자에게까지 반드시 채택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관철시키기 위한 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라며 “여·야는 조속히 농정공약을 공개하고, 농업계와의 소통을 통해 보다 현실적인 공약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다져달라”고 당부했다.
조영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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