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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400t 수입, 올해 1만t 넘을 듯
대부분 호주산, 일부 몽골산 들여와
가격하락에 울고, 수급 ‘폭탄’ 걱정도
거짓 원산지·미표시 증가, 제도 바꿔야
농업인신문 백종수 기자 2025. 8. 22
염소고기 수입이 폭증하고 국내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염소사육 농가들이 울상이다. 지금도 문제지만, 소에서 염소로 전향한 농가와 ‘개 식용 종식법’ 에 따라 염소사육에 뛰어든 농가가 많아 언젠가 ‘수급 폭탄’ 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관세청과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에 따르면 외국산 염소고기 검역(수입)량이 2020년 1084톤, 2021년 2027톤, 2022년 3431톤, 2023년 6180톤, 2024년 8349톤을 기록했다. 4년 만에 8배 가까이 됐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3857톤이 수입됐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5%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염소고기 수입량이 1만 톤을 훌쩍 넘겨 1만1200여 톤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호주산이고, 최근 몽골산을 들여오는 업체가 등장하고 있다.
전북 임실의 ㄱ 씨는 “작년에 들어온 염소고기가 8400톤쯤 되는데, 마리당 지육 20㎏으로 단순 계산해도 40만 마리가 넘는 것”이라며 현재 증가추세대로 올해 연간 1만1200톤이 수입되면 55만 마리 가까이 들여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외국산 염소고기 수입증가는 국내시장 잠식을 뜻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염소 출하 마릿수는 2020년 16만1667마리에서 2021년 14만8222마리, 2023년 12만4254마리, 2023년 11만7943마리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염소고기 수입량은 1084톤에서 6180톤으로 늘었다.
전북 남원의 ㄴ 씨는 “농촌진흥청이 여름철 보양식이라고 염소탕 조리법을 소개할 정도로 홍보하고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흑염소 사육 농가들은 정작 판로를 걱정할 판” 이라며 우후죽순 생기는 식당들도 그렇고, 진액을 만드는 데도 값싼 수입고기를 쓰다 보니 국내산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고 했다.
ㄴ 씨는 현행 염소고기 원산지표시제의 허점을 거론했다. 원산지는 보통 국내산, 혼합, 호주산 등으로 표기하는데, 문제는‘혼합’이다. 혼합 비중이 높은 순서로 ‘국내산, 호주산 혼합’ 이나 ‘호주산, 국내산 섞음’ 으로 표기한다.
국내산이 많은 경우는 드물고, 대개 호주산 비중이 크다. 이 경우 국내산 1%만 넣고도 ‘호주산, 국내산’ 이라고 쓸 수 있으니 소비자들은 그 비율까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러니 식당의 수입고기 사용이 늘고 정직하게 국내산을 고집하는 곳은 줄어들고 있다. 국내산 판로 걱정은 엄살이 아니다.
개선이 필요한 표시제인데, 이마저도 어기는 식당들이 적발되고 있다.
지난 5월 광주지법은 호주산 염소고기를 국내산 흑염소로 속여 판 식당 업주에게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업주는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호주산 3750㎏을 5529만에 구매해 일부인 2998㎏을 국내산으로 속여 1억2344만 원 상당의 염소탕을 팔았다.
농산물품질관리원 전북지원은 7월 14일부터 한 달간 휴가철 축산물 원산지표시 특별단속을 벌여 18개 위반업체를 적발했으며, 이 중 염소고기 음식점 3곳을 모두 형사입건했다고 17일에 알렸다. 음식점 세 곳은 호주산을 국내산이라 표기하거나 호주산과 국내산을 섞어 쓰면서 국내산으로 거짓 표기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염소농장과 식당을 운영하는 전남 보성의 ㄷ 씨는 지난해 여름 지육 1㎏ 4만 원(암염소 기준)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해 2만8000원 안팎까지 내려갔다며, 그런데도 국내산만 취급하는 식당으로서 절반 가격의 호주산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특히 ㄷ 씨는 축사 한쪽에 염소를 들이고도 등록을 하지 않은 소규모 농가가 급증하고, 이들이 사육 마릿수를 늘리며 출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하락 추세가 계속돼 어느 순간 출하가 몰려 대폭락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전남 화순의 ㄹ 씨는 소고기는 이력제와 유전자 분석 등으로 손쉽게 원산지를 판별하고, 돼지고기도 항체 분석으로 확인하는데 염소고기는 제도 미비 탓에 부정유통이 늘고 방역에도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과학적 판별법 없이 현장과 서류 확인으로 단속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제도보완을 요구했다.
유럽연합은 염소도 소, 돼지, 닭 등과 같이 ‘육류’ 로서, 원산지, 사육지, 도축지 등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기록하고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고, 염소고기 최대수출국인 호주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원산지 허위표기를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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