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농정협의체’ 출범식에서 협의체 공동대표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과 류진호 한국4-H청년농업인연합회장이 위촉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국정과제 이행 위한 농식품부 내 민관 논의기구
‘송미령 간판’·‘관 주도 모양새’에 일부 대열 이탈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5. 8. 22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가 지난 19일 새 정부 농정과제 실천을 도모할 민관 논의기구 ‘K-농정협의체’를 출범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가 하면 중요한 인력들까지 속속 이탈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농정협의체는 이재명정부 국정기획위원회의 국정과제 발표(지난 13일)에 즈음해 꾸려졌다. 국정과제위원회가 로드맵 수준으로 제시한 농정과제를 민관이 함께 확장하고 구체화하자는 취지다. △식량·유통 △미래농업·수출 △농촌 △농업·축산경영 △동물복지 등 5개 분과에 10개 소분과를 두며 농식품부·농민단체·소비자단체·학계·농협 등 130여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라는 대규모 농정 협치기구가 이미 존재하는 마당에 ‘옥상옥’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논의 범위가 ‘국정과제’에 한정되고 △올해 연말까지 운영하는 단기 한시조직이라는 점에서 농특위와 구분된다. 사안에 따라선 K-농정협의체가 농특위 논의의 기반 구축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게 농식품부 설명이다.
문제는 K-농정협의체가 과연 기존의 농식품부 산하 민관 논의기구들의 틀을 깰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각종 정책심의위·수급조절위 등 농식품부의 논의기구들은 회의 안건과 논의 방향 등을 과도하게 농식품부가 주도해 위원들 일각에서도 ‘명분 쌓기용 기구’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민간위원의 비중을 대폭 늘리긴 했지만 K-농정협의체 역시 자칫 기존의 논란을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출범 준비 과정에 민간단체들이 참여했음에도 일정이나 조직 구성에 농식품부의 의사가 강하게 작용하는 등 벌써부터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의 존재 역시 불안요소다. 송 장관은 ‘청산의 대상’인 윤석열정부 농정을 상징하는 인물이자, 1년여의 재임기간 동안 정부에 비우호적인 농민단체들을 노골적으로 배척해온 바 있다. 민의의 화합과 정책의 전환을 도모할 책임자로서 부적격하다는 지적이 K-농정협의체 출범을 계기로 다시 표면화하고 있다.
문제의식은 구성원 이탈로 이어졌다. 다수의 진보 농민단체들이 일단 의욕을 갖고 K-농정협의체에 참여했지만,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 전농)만은 끝내 참여 요청을 거부했다. 전농은 가장 큰 세력을 가진 진보 농민단체며 특히 새 정부 출범과 관련해선 ‘남태령 투쟁’의 구심점이라는 위상을 갖는다. 실리적으로나 명분상으로나 새로운 농정 구상에 가장 필요한 주체가 빠져버린 모양새다.
대표 구성 역시 파행을 맞았다. 당초 농식품부는 K-농정협의체를 송미령 장관과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류진호 한국4-H청년농업인연합회장 3인 공동대표 체제로 기획했다. 그러나 출범 직전에 기획안을 받아 본 윤석원 교수가 회의적 견해와 함께 대표직을 고사했고, 다른 학자대표 섭외마저 실패해 송미령·류진호 2인 공동대표 체제가 됐다. 농정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강단과 청빈한 삶으로 농업 현장의 신망이 두터운 인물인 만큼, 윤 교수의 이탈은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윤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차제에 진정으로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면 초안을 만들 때부터 농민단체에 맡겨야 한다. 농민들이 정책안을 정리해내는 데 미숙하다면 그건 학자·연구자들에게 의뢰하면 된다. 기존의 방식으론 결국 관이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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