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은 열한번째 맞는 ‘쌀의 날’이었다. ‘쌀의 날’은 한자 쌀 미(米)를 팔·십·팔(八十八)로 파자해 쌀 한톨을 생산하기 위해 여든여덟번의 농민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 쌀의 날은 쌀값이 80㎏들이 한가마에 21만원선을 회복하면서 모처럼 단경기 역계절 진폭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같은 쌀값 회복세에 일부 언론은 “밥해 먹기 부담스럽다”느니 “쌀값 2년 만에 20㎏당 6만원 돌파, 일본에 이어 한국도 쌀 충격”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쌀값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단경기 13%가 넘는 역계절 진폭으로 쌀 산지 유통주체들이 경영위기를 겪을 때 강 건너 불인 양하던 이들이 쌀값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정말 밥해 먹기 부담스러울 정도의 쌀값일까. 쌀 20㎏의 소비자가격이 6만원이라면 밥 한공기용(120g) 쌀값은 361원이다. 하루 세끼를 꼬박 먹어도 1083원으로 편의점 껌 한통 가격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이니 하루 먹는 쌀값은 채 500원도 되지 않는다. 커피전문점 커피 한잔 값이면 열흘 동안 먹을 쌀을 살 수 있다.
지난해 농가의 가구당 농업소득은 957만원으로 곤두박질하면서 30년 전인 1995년 수준으로 뒷걸음질했다. 그사이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세배 이상 뛰어 농민들은 열심히 농사짓고도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지는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농정당국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다. 쌀값에 대한 일부의 그릇된 시각을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도리어 “쌀 소매가격이 6만원으로 오르면 소비자 저항감이 있다”는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언론은 쌀 20㎏ 소비자가격 6만원을 ‘소비자 심리적 저항선’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면서 쌀값 흠집 내기를 이어가고 있다.
단경기 쌀값의 강한 회복세는 산지 쌀 유통주체들에게도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당초 8만㏊를 내세웠던 벼 재배면적 감축은 목표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렇다면 쌀 생산량은 생산 조정보다는 작황에 따른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 단경기 높은 쌀값은 벼 신곡 매입가격을 끌어올려 또다시 단경기 쌀값 역계절 진폭의 악순환 구조를 재연할 수 있다. 국민 주식인 쌀의 가격과 수급 전망은 모두가 신중에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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