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농자금 지원 중심의 청년농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청년농이 언제, 어떤 자금을 지원받았느냐에 따라 상환조건이 달라지는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 전종덕 진보당 의원(비례대표)은 ‘전국 청년창업농 귀농창업자금 상환 피해자 대책위원회’와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창업농에 대한 차별 없는 대출 상환기간 연장’을 촉구했다.
정부는 2018년부터 청년창업농을 선발해 창농자금을 융자 지원하고 있다. 후계농육성자금의 경우 2018년엔 2%의 정책금리로 3억원까지 빌려 3년 거치, 7년 상환하는 조건이었다가 2020년 5년 거치, 10년 상환으로 개선됐다. 이어 2023년부터는 1.5% 금리로 5억원까지 빌릴 수 있게 됐는데, 이때 정부는 대출규모 확대에 따른 상환 부담을 고려해 상환조건을 5년 거치, 20년 상환으로 또 한번 개선했다. 아울러 기존 대출자라도 상환기간 도래 1년 전에 신청하면 개선된 상환조건을 적용받을 수 있게 했다.
문제는 2018∼2019년 청년창업농에 선발돼 2021∼2022년 상환을 시작한 이들이다. 정부는 이들이 최대 5년간 상환을 연기할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그럼에도 25년에 걸쳐 대출을 갚는 다른 청년농에 견주면 혜택이 차별적이라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후계농육성자금이 아니라 귀농창업자금을 빌린 이들도 차별을 호소한다. 귀농창업자금은 2%의 금리로 3억원까지 빌려주는 사업으로 5년 거치, 10년 상환이 조건이다. 후계농육성자금 개선 전에는 상환조건 면에서 유리해 이 자금을 선택한 청년농이 적지 않았는데, 현재 시점에선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적용받게 된 셈이다. 2018년 청년창업농 1기로 선발된 김찬일씨는 “2018년 3억원을 빌린 뒤 지난해부터 10년간 원리금을 갚기 위해 매해 3450만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농업은 수익성이 서서히 성장하는 만큼 귀농창업자금을 받은 이들에게도 상환기간을 연장해줘야 한다”고 했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는 개선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귀농창업자금을 담당하는 농식품부 관계자는 “귀농창업자금은 후계농육성자금과 성격과 목적이 다르다”면서 “65세까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이를 20년 상환으로 연장하면 90살이 다 돼서까지 빚을 갚아야 하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업조건이 개선될 때마다 소급 적용을 하는 건 정책의 큰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올초 후계농육성자금 부족 사태에 이어 상환조건 차별문제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일각에선 창농자금을 지원해 청년농을 양적으로 늘리는 정책 기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농업계 인사는 “청년농이 3∼5년 만에 빚을 갚을 만큼 영농에 안착하긴 어렵다”면서 “곧바로 창농을 지원하기보다 농업을 준비하고 배우는 청년에 대한 지원을 정책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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