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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기자수첩] 버티는 것이 전부가 된 청년농의 삶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5-08-20 조회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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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버티는 것이 전부가 된 청년농의 삶



                                                          한국농어민신문  구정민 전북취재본부 기자  2025. 8. 19



 “내년엔 농사를 못 지을 것 같아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한 청년농업인이 주변에 남긴 말이다. 전북 김제에서 농사를 짓던 30대 청년 황모 씨는 지난달 15일, 자신이 농사짓던 밭 인근 외국인근로자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청년농으로서의 미래를 걸었던 그는 결국 영농을 지속할 수 없는 현실 앞에 삶을 내려놨다.

청년후계농으로 선정된 그는 인삼과 콩, 밀 재배를 시도했지만, 작황 부진과 이상기후 피해 속에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며 결국 영농을 지속하지 못했다.

후계농 제도는 청년농 유입 확대를 위해 국가가 앞장서 추진해온 정책이다. 자금 지원 규모는 커졌고, 선정 인원도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 자립으로 이어지는 청년은 그만큼 많지 않다.

현실에서 이 제도는 ‘시작’을 도울 뿐 ‘지속’을 보장하진 못한다.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이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고, 동시에 작목을 선택하고, 경영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특히 기후변화, 노동력 부족, 농자재 가격 인상 같은 외생변수는 고스란히 개인에게 전가된다. 버틸 여력이 없는 구조다.

실제 후계농 선정자 중 2~3년 내 영농을 포기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지역 농업단체 관계자들은 “지원금은 있지만 경영 컨설팅, 기술 지도, 위기관리 같은 사후 지원은 매우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농업은 하루아침에 수익을 낼 수 없는 산업이다. 더구나 청년농 대부분은 영농 기반이 부족하다. 이들이 실패를 통해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정착 안전망’이 절실한 이유다.

이와 함께 제도 안의 불합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상환 조건이 완화되며 다수 청년농은 혜택을 받았지만, 같은 청년농임에도 귀농자금을 선택했거나 초기 선발된 이들은 여전히 제외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같은 시기 출발했음에도 자금 유형과 시기에 따라 상환 부담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청년농 숫자 늘리기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유입되었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얼마나 버텼는가, 정착했는가”가 아니냐고.

정책의 성공은 현장에 남은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확인되어야 한다. 표면적인 지표로 성과를 포장하는 동안, 청년농 한 명이 현실에 짓눌려 떠났다. 이 죽음을 단순한 개인의 불행으로만 기억할 수 없는 이유다.

청년농이 농촌에 뿌리내릴 수 있으려면, 후계농 정책도 재설계가 필요하다. 작목 선정부터 경영 전략, 실패 이후 재도전 기회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적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희망을 키울 수 있는 농업’,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농업’.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런 농업을 가능하게 할 구조의 변화다.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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