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호 나리찬(주)농업회사법인 회장.
* 나리찬(주)농업회사법인에서 김치를 제조하고 있는 모습.
[현장속으로] 나리찬(주)농업회사법인
김치 20종·연관 상품 6종 생산
국내산 원물·지역특산물 사용
HACCP·ISO22000인증도 받아
수출 물량 가장 많은 미국시장
상호관세 여파 4개월째 주문 ‘뚝’
정부·정치권 적극 관심 가져야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2025. 8. 19
“국내 기업이 중국이나 미국에 공장을 세워서 수출하는 것을 ‘K-김치’라 말할 수 없으며, 지금처럼 수입김치를 방침하면서 김치 종주국 위상을 지킬 수 있겠느냐. 국내산 원재료를 사용해 국내에서 만든 김치를 별도로 인증해주는 제도 등 차별된 전략마련이 시급하다.” 대한민국김치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문성호 나리찬(주)농업회사법인 회장의 생각이다. 원료수급 불안, 수입김치 급증과 수출 감소 등으로 어려움이 큰 김치제조업체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주력상품 배추김치에 파생제품도 다양
전북 익산의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해 있는 나리찬에서는 배추김치를 비롯한 20종의 김치류와 김치 파우더를 비롯해 6종의 파생상품을 생산한다. 문성호 회장이 김치사업에 뛰어든 것은 20여 년 전인데, 수출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기계관련 오퍼상을 했는데, 해외에서 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2004년 전북 군산에 ‘김장독’이란 회사를 설립했다”면서 “사업을 확장하면서 2018년에 농업회사법인지엠에스(주)를 설립했고, 2019년에 나리찬(주)농업회사법인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했다”고 설명한다.
나리찬은 국내산 원물과 지역특산물을 부재료로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김치를 담근다. 또한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깐깐한 검수과정을 거치며, HACCP인증, ISO22000인증 등을 받은 시설에서 철저한 위생관리를 통해 믿을 수 있는 제품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20년 외식산업분야 대통령표창을 수상했고, 2021년에는 전주국제발효엑스포(IFEE)지정 우수상품에도 선정됐다. 2023년에는 ‘왕가의 사람들(King’s Family)’ 브랜드를 상표등록을 했고, ‘왕가의 사람들’ 전용공장도 신축했다. 문성호 회장은 “왕이 먹는 음식을 만드는 정성을 담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뜻으로 브랜드를 만들었다”면서 “‘왕가의 사람들’ 브랜드로 말레이시아에 수출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주력제품은 배추김치이지만 김치 파생제품도 다양하다. 문성호 회장은 “연간 매출이 약250억원인데, 매출의 80%는 배추김치가 차지한다”면서 “배추김치, 총각김치 등 20종의 김치류와 함께 김치 콤부차, 김치 파우더, 김치 주스, 김치 맥주 등 6종의 파생제품을 생산한다”고 설명한다. 파생제품을 개발한 것은 국제시장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통해 김치의 세계화에 힘을 보태면서 부가가치도 제고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는 “김치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있는 것은 화학적 방식으로 제조한 식품이 아니라 전통발효식품이고, 자연적 숙성과정으로 만들어지는 건강식품이기 때문”이라면서 “김치를 기반으로 하되, 김치 유산균을 활용한 파생제품을 개발해 부가가치와 수출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제품개발 과정에 ‘분말 액젓 제조방법 및 이를 함유한 김치 양념 제조방법’, ‘액젓 분말 조미료 제조방법’ 등의 특허를 받았다. 또, 김칫국물맛이 나는 음료 ‘김치미(kimchi me)’는 2022년 파리국제식품박람회(SIAL PARIS 2022)에서 이노베이션상(기술혁신상)을 수상했다. 백김치를 착즙해 별도 숙성공정을 거친 음료다.
# 미국 수출 4개월째 주문 끊겨
이곳에서는 매월 1억원 가량의 김치를 미국, 말레이시아, 몽골, 스웨덴 등지로 수출해왔다. 그런데 미국 시장의 경우 지난 4월초에 미 행정부가 상호관세 부과방침을 밝히면서 주문이 끊겼다. 문성호 대표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가장 많았는데, 4개월 전부터 주문이 거의 없다”면서 “한국산 제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협상이 타결된 이후 바이어와 접촉하고 있지만 여의치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그동안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무관세로 김치를 수출했는데, 이제는 가격인상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그는 “수출김치의 마진이 15%가 안 되는 상황에서 관세인상에 따른 추가비용을 우리가 떠안기도 어렵고, 바이어들도 가격인상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한다.
이런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문성호 회장은 국산 김치에 대한 차별화 전략이나 수출 확대 방안 등에 대해 정부나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문 회장은 “밭에서 수확한 배추와 무를 씻고, 소금에 절인 후 양념을 섞어서 발효시키는데 꼬박 1박2일이 들어가는데, 이런 수고와 노력이 너무 낮게 평가되고 있다”면서 “한식을 대표하는 김치를 수출하는 것은 배추, 무, 고춧가루, 마늘, 젓갈 등 22가지의 농수산물을 동반 수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성호 회장은 “국내 기업이 중국이나 미국에 공장을 세워서 수출하는 것을 ‘K-김치’라 말할 수 있겠느냐”면서 “김치종주국이란 위상을 지키고, ‘K-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기본적인 전통은 지켜가야 하며, 국산 원재료로 국내에서 생산된 김치를 별도로 인증해주는 제도를 마련해 차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도 상품을 수출하는데, 무작정 수입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 “다만 중국산 김치가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수입, 유통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리찬에서는 연간 1만2000톤의 배추를 사용하는데 수급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문 회장은 “공장가동일이 매월 25일 정도인데, 1일 40톤가량의 배추를 사용한다”면서 “배추는 계약재배를 하는데, 익산시 왕궁면을 비롯한 공장인근 지역의 배추는 직접 관리하고, 다른 곳은 산집수집상에 위탁해서 관리한다”고 전한다. 작물재배나 수확에 필요한 기계나 장비를 원거리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치 원부재료 수급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날씨다. 그는 “배추를 비롯한 원물 공급이 불안정한데, 날씨가 직격탄”이라면서 “국가 차원에서 연작피해를 줄이고 지력을 높일 수 있는 작부체계의 개발이나 기후변화에 강한 품종개발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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