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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계가 기후변화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사전대응 전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의 집중호우로 침수된 충남 아산시 일대의 전경.
농업계, 기후변화 직격탄
품종개발·스마트농업·재배방식 혁신 필요
사전대응인 기후위기 적응에 초점 맞춰야
단기적 피해지원보다 장기적 관점 전략 필요한 때
품종개발·스마트농업 기술 투자
우선순위 두고 전략 마련 필요
고도화된 스마트팜 기술 개발·보급
농가 규모화 등 질적 성과 향상 위한 노력 필요한 시점
농수축산신문 이문예, 김진오 기자 2025. 8. 19
기후변화는 이제 ‘이례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일상화됐다. ‘극한호우’, ‘극한폭염’ 등 극단적이고 변화무쌍한 날씨가 일종의 뉴노멀(New Nmal,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최근 30년(1991~2020년)간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과거(1912~1940년)에 비해 1.6도 상승했으며, 강수량은 124mm 증가했다. 열대야 일수는 8.4일이나 늘었고 여름은 20일 더 길어졌다.
농업계는 이러한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해도 봄에는 저온 현상으로 냉해가 과수 농가를 덮쳤고 여름이 되자 폭염과 폭우 등 ‘극과 극’의 날씨가 번갈아 이어지며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계속되는 예측불가능한 극단적 여름 이상기후에 농업인들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이에 기후변화로 인해 일상화되고 있는 자연재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과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 농업에 드리운 기후변화의 ‘무서운 그림자’
지난 12일 6명의 농업인이 한국전력과 산하 5개 발전공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연평균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23~29%를 한전과 발전사들이 배출하고 있고 이의 영향으로 폭염, 폭우, 가뭄 등 이상기후가 가속화돼 농업이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를 안고 있다는 이유다.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농업인들이 소송으로 맞설 만큼 기후변화의 무서운 그림자가 농업을 삼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여러 기상관측 최고 기록을 새로 쓸 정도로 더욱 강력하고 위협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평균기온은 1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4월과 9월의 평균기온과 최고기온도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장마철에 여름철 강수의 78.8%가 집중되며 장마철 강수량 비율도 역대 가장 높았다.
기후에 민감한 농업도 덩달아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에는 1~2월 한파에서부터 5월 우박, 7~9월 폭염과 집중호우, 11월 대설로 1년 내내 전국 곳곳에서 재해가 발생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올 여름 공식 최고기온은 지난달 7일 경남 밀양의 39.2도였다. 비공식 최고기온으로는 지난달 27일 경기 광주 41.7도로 나타나 ‘중동이나 아프리카보다 더 덥다’는 말이 흘려들을 우스개 소리가 아님을 실감케 했다. 농업 현장에서는 작물들이 바짝바짝 말라갔다.
폭염 뒤에 이어지는 집중호우도 ‘재난’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였다. 지난 7월에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쏟아진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1조848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피해액으로는 2006년 제3호 태풍 에위니아와 집중호우로 인한 1조8344억 원 이후 19년 만의 최대 규모다. 이번 호우로 농·산림작물 3만556ha, 농경지 1447ha, 가축 186만 마리 등이 피해를 입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간접피해도 급격히 늘고 있다. 병해충 발생양상이 크게 변화하고 벼 생육기 고온 현상으로 중국 등지에서 비래한 해충들의 활동이 더 활발해지는 등 변수들이 늘어나 농업인들이 경험으로 체득한 방제법도 무용지물이 된 탓이다. 또한 최근에 문제가 됐던 토마토뿔나방처럼 과거 한반도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병해충이 발생·창궐해 농업 현장의 골칫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 반복되는 재해...기후위기 적응에 ‘초점’
이처럼 이상기후로 매년 재해가 반복되면서 정부도 이제는 재해의 수습과 같은 사후대응과 함께 사전 대응, 즉 ‘기후위기 적응’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기후위기 적응은 기후위기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고 자연재해에 대한 적응 역량과 회복력을 높여 미래에 예상되는 기후위기의 파급효과와 영향을 최소화하는 활동을 말한다.
정부는 2008년 처음으로 기후위기 적응대책인 ‘국가 기후변화 적응 종합계획(2009~2030)’을 수립하고, 2023년에 ‘제3차 기후위기 적응 강화 대책(2023~2025)’을 수립하는 등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농업 부문의 대책은 주로 기후위기 적응력 제고를 위한 품종 개발과 스마트농업 기술 확산 등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병철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정부는 재해예방 사업의 투자를 통한 잠재적 복구 비용 절감 효과가 예방 사업 투자액의 3~4배에 달한다는 점에서 재해예방사업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며 “단기적 피해지원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품종개발, 스마트농업 기술에 대한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고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품종 개량·작형 변화 병행해야
기후 적응형 품종 개발과 관련해선 품종 다변화가 강조되고 있다.
박현수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원은 “육종 과정에서 내병충성이나 재배 안정성 등의 형질을 기본적으로 포함하지만 과거 품종은 현재 기후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현실을 짚었다.
또 “현재 가장 뚜렷하게 체감되는 기후위기 현상은 고온과 그에 따른 병해충”이라며 “현장에서 주로 재배하는 품종은 오랜 기간 검증된 소위 ‘안전한’ 품종이지만 최근 고온이 이어지면서 품질이 떨어지고 있어 기후에 적응한 신품종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연구원은 “일각에서는 ‘신품종 개발에 10년 이상 걸리는데 옛날 품종을 그냥 재배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경우가 있지만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10년 뒤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며 “자동차도 1980년대 각진 그랜저와 2020년대 뉴 그랜저가 다르듯 종자도 업그레이드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품종 개량은 반드시 필요하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동시에 비교적 단기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문에 대한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최원기 농우바이오 여주육종연구소장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품종개량은 내건성, 내습성, 내열성, 내한성 뿐만 아니라 내충성, 복합내병성까지도 두루 갖춰야 하는 만큼 당장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며 “기후변화 대응에는 품종 개량, 재배방식 개선, 작형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우선과제로 재배방식의 개선을 들었다. 최 소장은 “단적으로 말해 고랭지 배추 같은 경우 농자재를 이용해 차광시설을 짓는 것도 재배방식 변화라고 할 수 있다”라며 “또 경사가 심한 고랭지는 관수시설 설치가 난항을 겪기 때문에 신경 써야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작형에 변화를 줘 작물이나 품종의 생육특성에 맞춰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스마트팜 보급 기술 고도화 통한 안정적 재배 환경 조성 필요
스마트농업 기술 확대는 최근 정부가 농수산 부문 기후위기 적응 역량 향상을 위해 주력하는 분야다. 스마트농업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에도 안정적인 재배가 가능하며 농어촌 인력 부족에 대응해 경영비·노동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3년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전략’을 통해 이상기후에도 안정적인 재배가 가능한 스마트팜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전반적인 R&D 예산 감액으로 업계 전반에 활기가 떨어진 상황이다. 농촌진흥청의 ‘스마트팜다부처패키지혁신기술개발’ R&D 예산은 2023년 212억6000만 원에서 지난해 166억4300만 원으로 감소했다가 올해 들어서야 181억8000만 원까지 복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지형에서 농식품부는 ‘제1차 스마트농업 육성 기본계획(2025~2029)’에 따라 2029년까지 전국 온실의 35%를 스마트팜으로 전환하고 기계화가 진행 중인 주요 밭작물 주산지 재배면적의 20%에 1개 이상의 스마트농업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전체 농가 대비 스마트팜 보급률은 2017년 7.3%에서 2023년 14.9%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스마트 축사는 2017년 2.3%에서 2023년 22.6%로 8.8배 늘었다. 하지만 기술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1세대 중심이며 농가당 보급 면적은 2017년 0.72ha에서 2024년 0.47ha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급 기술의 고도화와 농가 규모 확대가 필요하며 스마트팜 도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과 컨설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병철 예산분석관은 “스마트팜이 소규모 농가 위주로 보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도화된 스마트팜 기술 개발과 보급, 스마트팜 농가의 규모화 등 질적인 성과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연구·사업의 실용화·효율화 강조
이밖에도 연구의 실용화, 파편화된 유사 과제들의 병합을 통한 효율적 운영이 강조된다.
김명현 농촌진흥청 신농업기후대응사업단 사업지원팀장은 ‘신농업 기후변화 대응체계 구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들에 대한 보완점을 제시했다. 신농업 기후변화 대응체계 구축 사업은 기후변화 실태조사와 적응·대응책 관련 연구, 기후변화의 근본 원인인 온실가스 저감 연구 등을 포함한다.
김 팀장은 “사업이 2020년부터 시작돼 2023년 1단계 사업이 끝나고 2027년에 2단계가 종료될 예정이지만 실제로 농업인들이 활용하고 체감할 수 있는 연구는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2028년부터 진행될 후속 사업에서는 보다 실용화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갈수록 기후변화에 대한 요구사항이 많아지면서 농촌진흥청 하부조직에만 해도 원예, 축산 등의 분야에 새로운 사업 과제들이 많이 생겨났다”며 “각각의 과제들에 필연적으로 유사·중복 과제들이 수행될 수밖에 없어 이를 하나로 정리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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