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대구시 북구 협동조합 농부장터의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한 시민이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농부장터 로컬푸드 직매장은 인근 대구·경북 지역 생산물 취급비율을 95% 이상 유지하는 등 지역 먹거리 선순환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건만, 정작 이곳에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 재사용이 가능한 포장재를 활용하는 등 ''일상 속 녹색실천'' 일환으로 생활쓰레기를 줄이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진주텃밭협동조합 진양호점(경남 진주시 평거동)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기계적 사용 불가 기준 적용으로 ‘역진 현상’ 우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2025. 8. 17
이재명정부가 경기 회복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가 예산 약 13조9000억원을 들여 발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소비쿠폰). 그러나 여전히 소비쿠폰 사용이 불가능한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발급한 소비쿠폰을 ‘지역농산물 선순환 체계 구축’에 앞장서는 협동조합 중 적지 않은 곳에서 사용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구시 북구의 협동조합 ‘농부장터(이사장 최수환)’는 인근 지역 농민들과의 직거래로 들여온 농산물을 주민들에게 판매하는, 대구·경북 지역 먹거리 선순환 노력에 앞장서는 협동조합 중 한 곳이다.
농부장터는 △인근 대구·경북 지역 생산물 취급비율 95% 준수 △생산·포장·진열·가격 결정·회수 등 전 과정의 농민 직접 참여 △판매금액 농가 환원비율 최소 85% 이상 유지 등의 원칙을 지키며 2009년부터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정작 농부장터 로컬푸드 직매장에선 소비쿠폰 사용이 불가능하다. 행정안전부(장관 윤호중, 행안부)가 연 매출액 30억원 이상 매장에선 소비쿠폰 사용이 불가능하도록 제한했기에, 연 매출액이 ‘어쨌든’ 30억원을 넘는 농부장터 역시 그 제약에 걸린 셈이다.
문제는 농부장터 직매장은 행안부가 공식적으로 명시한 소비쿠폰 사용불가 업종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소비쿠폰 사용불가 업종은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백화점·면세점 △외국계 대형 매장 △프랜차이즈 직영점(편의점, 빵집 등) △유흥·사행업종 등인데, 전부 농부장터로선 어떤 해당 사항도 없는 영역이다.
‘연 매출액 30억원 이상’이란 기준 단 하나만이 농부장터에서의 소비쿠폰 이용을 가로막는 셈이다. △조합원 출자를 통해 운영되는 협동조합의 특성 △생산물 판매 뒤 해당 생산물을 납품한 인근 지역 농민들이 판매에 따른 수익을 거두는 구조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제약을 거는 건 불합리하지 않냐는 게 최수환 농부장터 이사장의 주장이다.
최 이사장은 소비쿠폰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농부장터 측이 겪는 ‘역진 현상’을 토로했다. 지역사회 소비 진작을 위해 마련한 소비쿠폰 발행 뒤 오히려 농부장터 등 로컬푸드 사업 주체들의 수익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왕 소비쿠폰을 발급받은 상황에서 대다수 소비자는 소비쿠폰 이용이 불가능한 농부장터 매장 대신 소비쿠폰 이용 가능 매장을 이용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이어 “농부장터 직매장의 경우 원래 대구시 지역화폐 서비스 ‘대구로페이’ 이용은 가능한 매장이었다”며 “대구로페이 역시 ‘연 매출액 3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의 이용을 제한하지만 예외적으로 농부장터 등에선 이용 가능했는데, (지역농산물 선순환 노력을 기울이는) 농부장터 나름의 공공성·공익성 확보 노력을 간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대구로페이가 정부 발급 소비쿠폰 체계와 연동되면서 농부장터에서의 사용이 막힌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최 이사장에 따르면, 농부장터 이용객들은 1회당 이용 단가가 약 3만원 안팎이며 한 달에 3~4회 가량 방문하는 경향이 많다. 소비쿠폰 이용불가로 인해 소비쿠폰 이용 가능 매장으로 이들이 당분간 옮겨갈 상황을 기반으로 단순계산하면 1인당 9만~12만원, 4인 가족 기준으로 치면 36만~48만원씩 농부시장에서의 소비 금액이 줄어드는 셈이다. 최 이사장은 최소 10%, 최대 20%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경남 진주시의 진주텃밭협동조합(이사장 소희주, 진주텃밭)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 역시 진주텃밭의 연 매출액이 30억원 이상이란 이유로 소비쿠폰 사용이 불가능하다.
소희주 진주텃밭 이사장은 “(지역 소농의 농산물을 진주시민에게 판매함으로써 농민·소비자의 상생을 추구한다는) 진주텃밭의 사업 취지상 당연히 소비쿠폰이 이용 가능하리라 여긴 소비자들이 (진주텃밭 매장에서)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뒤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며 “농민들이 사실상 ‘공동사업자’로서 함께하는 협동조합의 특성을 도외시한 채 ‘연 매출 30억원 이상’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건 재고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더 촘촘한 정책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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