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단체 공표 중단…영향은
1960년대부터 ‘기준가격’ 역할
5월 산란계협 가격 발송 중지
공정위선 협회 대상 ‘담합조사’
축평원 ‘주간수급정보’ 내놓지만
“대표성 떨어져 거래시 적용 불가”
농민신문 이미쁨 기자 2025. 8. 15
달걀시장이 암흑 속으로 치닫고 있다. 산지 거래가격이 석달 가까이 ‘깜깜이’ 상태를 이어가면서다. 정부기관이 주 1회 달걀 수급 정보를 내놨지만 산지에선 무용론이 거세다. 달걀시장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달걀 유통체계 후진적인데…정부와 단체는 힘겨루기만=그간 달걀 거래시장에서 생산자단체가 공표하는 가격이 기준 역할을 했다. 1960년대 산란계농가 모임(계우회)에서 시장 수급 상황과 농장 재고 현황 등을 종합해 지역별로 값을 산출하면 생산자단체가 이를 취합해 기준가격을 발표하는 관행이 60년간 이어진 것이다. 가격 공표는 한국가금협회, 대한양계협회 채란분과위원회를 거쳐 2022년부터는 대한산란계협회가 맡아왔다.
생산자단체가 나선 데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달걀은 매일 생산되고 깨지기 쉬워 경매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고, 거래 후 한달 뒤에 사후정산(후장기)하는 관례가 일반적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가격이 농가와 유통인 간 ‘실제 거래가격’이 아닌 ‘거래 희망가격’이라고 보고, 지난해 7월 달걀 유통 개선 대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지난해 7월부터 전국 달걀유통센터(GP)·농가·수집판매업자 중 170곳을 표본 삼아 이들이 전날 거래가격을 입력하면 이를 취합해 다음날 발표하는 체계를 본격 도입했다.
그런데 올봄 달걀값 강세가 이어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6월 생산자단체가 가격 공표 방식으로 달걀값을 담합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며 산란계농가와 달걀 유통인을 각각 대표하는 산란계협회와 한국계란산업협회를 현장 조사했다. 이에 앞서 산란계협회는 5월20일 이후 가격 공표 문자메시지 발송을 중단했다. 달걀가격 공표 권한을 두고 정부와 생산자단체 간 힘겨루기가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축평원 발표 자료에 불만 팽배=농림축산식품부는 6월 생산자단체 4곳과 달걀 수급·유통 개선책을 마련하고자 회의를 열었다. 그 결과물로 이달부터 생산자단체가 조사에 참여하고, 축평원이 이를 취합해 ‘주간 계란 수급 정보’를 발표하기로 했다. 그간 축평원이 발표하는 달걀값은 전날 거래가일 뿐 향후 거래에 참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산자단체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첫 자료는 6일 축평원 누리집에 공개됐고 달걀 규격별 재고·수급강도와 판매 동향, 가격 전망 등이 담겼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선 정작 기준가격은 빠져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 관계자는 “축평원 자료만으로는 시장을 조정하는 기능이 없다”고 말했다. 계란산업협회 관계자 역시 “산지가격은 한알당 190원대로, 산란계협회가 마지막으로 가격을 공표한 5월20일 수준에 고정돼 있다”고 했다.
축평원이 발표 중인 달걀 거래가격 역시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높다. 가격 조사에 참여하는 수도권의 한 산란계농가는 “가격조사 표본 중 실제로 입력하는 곳은 40여군데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동안 협회 공표가격을 경영 지표로 삼으며 산란계의 생산 연장·도태 여부를 판단했지만, 지금은 수급 흐름 정보만 있어 직관성이 떨어지다 보니 15곳이나 되는 거래처와 조율할 때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축평원 관계자는 “축평원이 발표하는 전날 거래가격과 전망을 담은 주간 수급 정보를 토대로 거래가격을 협의해 나가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농가와 소비자 모두 합리적인 가격에 달걀을 매매할 수 있도록 투명한 유통 과정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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