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협상을 통한 무역 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라고 주장했다. 이는 WTO 체제 종식 선언으로 WTO 출범 30년 만에 세계 다자간 자유무역질서가 기로에 섰음을 의미한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한 언론 기고문에서 “WTO를 출범시킨 우루과이라운드(UR)를 뒤로하고 우리는 이제 ‘트럼프라운드(TR)’의 시작을 목도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패권주의적 관세협상을 다자무역협상에 빗대 ‘트럼프라운드’라고 명명한 것이다.
특히 그는 “이젠 국제 무역분쟁의 중재자도 WTO가 아닌 미국이 될 것”이라면서 “나라간 무역 합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더 높은 관세율을 신속하게 재부과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미국의 기준이 세계무역의 기준임을 선언했다. 관세를 채찍과 당근으로 활용하는 트럼프의 ‘관세주의’로 새로운 국제 무역질서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WTO 체제 종언은 WTO 농업협정에 근거한 위생·식물검역(SPS)의 무력화로 미국의 검역기준이 새로운 기준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도 마찬가지다. 한·미 FTA는 우리나라에 대한 일방적인 관세율 부과로 미국에만 유효한 반쪽짜리 협정으로 전락했다. 이제부터는 미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관세든 비관세조치든 미국의 입맛에 따라야만 한다. 왜냐하면 무역분쟁의 심판마저도 자신들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큰 틀에서 타결한 한·미 양국 간 관세협상의 후속 협상을 앞두고 우리 통상당국은 “디테일에 악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천사도 있다”고 했다고 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현재로 봐서는 우리 쪽에 천사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모쪼록 미국의 일방통행이 우려되는 후속 협상에 만전을 기하고, 이른바 ‘트럼프라운드’라는 관세주의에 대응하는 농업통상 전략 수립은 물론 국내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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