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나이가 들수록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고령농이 은퇴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인생 2막을 지탱할 소득기반이 마땅치 않아서다. 그렇다 보니 농민의 은퇴 시기는 갈수록 지연되고 농지·경영 이양은 더딘 실정이다. 외국은 농민 맞춤형 연금제도로 노후소득 안전망을 두껍게 구축해 농민의 안정적인 은퇴를 뒷받침한다.
프랑스에선 ‘농업사회보장기구(MSA)’가 의무가입 방식의 농민 연금제도를 운용한다. 제도는 기본연금(1층)과 낮은 기본연금 수령액을 보완하기 위한 의무보충연금(2층)으로 구성돼 있다. 두가지의 주된 차이는 보험료율 산정 방식이다. 기본연금의 요율은 모든 가입자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반면 의무보충연금은 농업소득이 높을수록 요율도 오른다.
농민은 통상 40∼43년간 매월 보험료를 납부하고 64세(조기 수령 시 62세) 이후 1·2층 연금을 모두 합해 우리나라 돈으로 월 150만원가량을 받게 된다. 대상은 자경농·임차농을 비롯해 농업법인 종사자와 가족농, 농민의 배우자 등 폭넓다. 이 중 최소 경작규모와 영농 시간, 농업소득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의무적으로 연금에 가입된다.
주목할 점은 연금 수령 조건이다. 영농을 완전히 중단해야 하고, 만약 농업을 재개하면 연금 지급이 중단된다. 고령농의 은퇴를 촉진해 후계농을 육성한다는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다. 다만 최근 수령액이 적다는 여론 등을 반영해 최소 경작규모의 5분의 2 이내로 생계형 농사를 짓거나 연금을 보완하는 수준의 활동 등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직종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국민연금(1층)에 농민 또한 포함돼 있고, 농업자연금(2층)도 추가로 선택 가능해 노후소득을 보충할 수 있도록 했다.
연간 6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60세 미만 자경농이라면 농업자연금에 가입 가능하다. 보험료는 농업소득과 별개로 월 19만원(2만엔)∼63만원(6만7000엔) 범위에서 피보험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농업자연금도 농업의 세대교체를 촉진하기 위해 조건부 지원을 내걸고 있다. 39세 전 가입한 인정농업자(영농후계자)이면서 농업소득이 900만엔 이하인 농민 가운데 세무신고를 성실히 한 청색신고자에게 보험료 하한액(2만엔)의 절반을 국고로 지원한다. 정책 지원을 받는 사람은 ‘특례부가연금’을 받게 되는데, 이 연금 개시 조건이 바로 ‘경영 이양’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농업자연금의 가입자수는 2010년 5만4000명에서 2020년 4만6000명으로 감소 추세지만, 같은 기간 30세 이하의 비중은 22.7%에서 28.9%로 오히려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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