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1주년 기획-농업인 퇴직연금] 농업인 별도 연금제 도입되나
李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주목
사실상 국정과제로 내용 검토
재원·보험료 부담 방식 등 쟁점
적립식·농민수당 전환 제언 등장
‘자동가입·옵트아웃’ 방식 추천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5.. 12
취약한 농가 노후 안전망이 농민의 은퇴를 늦추며 우리 농업의 초고령화를 부채질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농업인 퇴직연금제’가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노후소득 보장제도의 2층을 이루는 퇴직연금을 농민에게 지급하자는 구상으로 국회에서 여당의 측면 지원이 기대된다. 다만 보험료 부담이나 은퇴에 대한 농민의 불안감 등 제도 설계 과정에서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령농의 부족한 노후소득 기반은 우리 농업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고질병으로 지목된다. 농가가 적은 농업소득에 의지하게 함으로써 농지 등 농업인프라가 미래세대에게 이양되는 일을 가로막는 탓이다. 농지이양은퇴직불제, 농지연금, 농민에 대한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등 대책이 있긴 하지만 가입률 저조 등으로 실효성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대안으로 급부상한 게 농업인 퇴직연금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노후가 보장되는 농업을 실현하겠다”며 “소상공인의 노란우산공제처럼 농민을 위한 퇴직연금제를 도입하겠다”고 여러차례 약속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을 근거로 운용되는 노란우산공제는 소상공인이 고령화·폐업 등으로 은퇴할 경우를 대비해 목돈(퇴직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제제도다.
국회에선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국회 입성 직후부터 농업인 퇴직연금제 도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임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는 최근 농업인 퇴직연금제 도입을 포함해 꼭 반영돼야 할 농업·농촌 분야 국정과제를 국정기획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임 의원실 관계자는 “사실상 퇴직연금제 도입을 국정과제로 확정 짓고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는 단계로 알고 있다”면서 “국정과제로 채택되면 입법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제도 설계·시행을 위한 쟁점은 적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주요국 농업인 연금제도 사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과의 관계, 재원 조달 및 가입, 보험료 부담 방식 등에서 쟁점이 해소돼야 제도의 지속성과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임 의원 의뢰로 강성모 한국연금학회 이사가 농업인 퇴직연금제 도입 방식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놔 주목받는다.
그는 적립 방식의 퇴직연금제 도입을 제안했다. 현 세대가 은퇴세대를 지원하는 부과 방식보다는 본인이 적립한 금액과 적립액의 운용수익을 재원으로 연금을 받는 적립 형태가 연금의 재정 안정성 측면에서 낫다고 본 것이다. 가입 기간은 18∼65세로, 연금 수령 조건은 가입 기간을 15년 이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험료율은 근로자 퇴직연금처럼 자기 소득의 8.33%로 정하되, 정부가 지원하면 더 높게 설정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일본·대만 등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보험료를 정부가 보조한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별로 지급하는 농민수당을 퇴직연금 보험료 지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의무가입 여부도 쟁점이다. 임의가입 방식을 채택하면 은퇴를 전제로 한 또 다른 제도인 농지이양은퇴직불제처럼 농가 참여도가 제한될 수 있다. 강 이사는 “농업인 퇴직연금이 근로자 퇴직연금과 대등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의무가입에 준하는 엄격한 가입 방식이 필요하다”면서 ‘자동가입·옵트아웃’ 방식을 추천했다. 자격을 갖춘 농민은 자동으로 가입되고 본인 의사에 따라 탈퇴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에도 은퇴에 대한 농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은 숙제로 남는다. 임 의원실 관계자는 “은퇴로 농민 자격이 박탈되는 순간 농협 조합원 가입은 물론 농업경영체 등록도 불가능해지면서 소외감과 불안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며 “조합원 가입 요건 완화 등 대책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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