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16년 발간된 「산림경제」 수록 자료 중 백채를 머휘(머위)로 잘못 표기한 관한 기록. 세계김치연구소 제공
*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삼청각에서 열린 ‘한국인의 힘, 세계인의 맛! 제5회 김치의 날 기념식’에서 (사)대한민국김치협회 소속 명인들이 배추김치, 알타리김치, 갓김치 등을 담그는 김장문화를 재현하고 있다. 최근 세계김치연구소 연구를 통해 배추김치의 기원이 약 300년 앞당겨졌다. 한승호 기자
세계김치연구소, 왜곡된 배추김치 역사 새롭게 밝혀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5. 8. 11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소장 장해춘, 김치연)가 배추김치의 기원이 기존 학계 인식보다 약 300년 앞선 15세기 중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그간 학계에선 배추김치의 기원을 1766년 홍만선이 저술한 「증보산림경제」에 기록된 ‘숭(菘, 배추)’을 이용한 침저법으로 인식해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세계김치연구소는 1450년경 간행된 조리서 「산가요록」에 기록된 ‘백채(白菜) 물김치’ 조리법이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배추김치 관련 기록임을 새롭게 규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배추김치의 역사는 기존 학설보다 약 300년 앞당겨지게 됐다.
아울러 배추김치가 18세기 이후에 등장했다는 일각의 오해는 1716년 발간된 「산림경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저자 홍만선이 중국 농서 「신은지」와 조선 농서 「한정록」의 내용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백채’를 ‘머휘(머위)’로 잘못 표기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러한 오류는 이후 학계의 검증 없이 계속 인용됐고 잘못 정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중국의 고문헌과 조선시대의 농서 및 음식서, 어학서 등을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 홍만선의 오류를 명확히 규명할 수 있었다”며 “산가요록을 비롯한 조선 전기의 주요 문헌에 등장하는 ‘백채’가 머위가 아닌 배추임을 사료적·조리학적·식물학적 근거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또 박채린 책임연구원은 “배추가 조선 전기, 나아가 고려 말기부터 한반도에 유입돼 귀한 식재료로 널리 자리 잡았고 이를 활용한 김치 제조법이 이미 널리 보급됐음을 이번 연구를 통해 실증적으로 밝혔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김치연구소의 이번 연구결과는 오랜 기간 지속된 문헌 해석의 오류를 바로잡아 민족의 대표 음식인 배추김치의 역사를 새롭게 정립했다는 점에서 학계로부터 큰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아울러 이번 성과는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의 학술지 「한국문화」 110호에 게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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