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비과세 대상 축소 계획
예금 이탈·대출금리 상승 유발
지역 금융 인프라 유지 어려워
법인세율 상향 땐 경영 부담 ↑
농촌주민 실익 감소로 이어져
농민신문 김해대 기자 2025. 8. 11
서민 금융기관인 상호금융권에 대해 정부가 비과세 예탁금 범위를 줄이고, 법인세율은 올리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지역 풀뿌리 금융 기반이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기획재정부는 7월말 ‘2025 세제개편안’을 통해 현행 상호금융에 적용되는 비과세 예탁금 3000만원 수혜 대상을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상호금융기관 법인세율도 현재 과세표준 20억원 이하 구간은 9%, 20억원 초과는 12%의 법인세율을 적용받는데, 내년부터 20억원 초과 구간 세율이 15%로 높아진다(본지 8월1일자 1·3면 보도).
이같은 개편안에 상호금융권은 조세특례 축소가 예금 변동 등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공동 긴급 대책 회의를 여는 등 대응에 분주하게 나서고 있다.
상호금융권이 당장 우려하는 문제는 예금 유출이다. 농협 상호금융 관계자는 “비과세 예탁금은 모든 상호금융기관 운영의 핵심 기반인 만큼 비과세 범위가 축소되면 타격이 클 것”이라며 “그동안 ‘비과세 예탁금 3000만원’처럼 명쾌한 기준으로 예금을 확보했지만, 5·9% 세율 등의 기준이 적용되면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조세특례 축소로 예금 이탈이 가속화되면 대출금리 상승도 불가피하다는 게 상호금융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개편안은 은행·증권사에서 주로 취급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의 비과세 확대 계획도 담고 있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현재 ISA는 순이익 200만원까지, 서민형·농어민형은 400만원까지 비과세다. 정부는 내년부터 비과세 한도를 각각 500만원, 1000만원으로 상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상호금융기관은 이 상품을 취급할 수 없다. ISA 가입액은 2020년 6조원(194만명)에서 올 6월 기준 40조원(632만명)으로 급증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상호금융 비과세 예탁금 기준은 2009년부터 3000만원에 고정돼 있다”며 “농민 조합원 등의 비과세 금액 상향은 논의하지 않고, 특례 범위를 줄이기만 해 농촌 현장에서 불만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1금융권이 오프라인 점포를 축소하는 흐름 속에 상호금융권이 지역 금융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고 있지만 향후 인프라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농축협 4877곳을 포함해 신협·새마을금고·수협 영업점은 1만356곳으로 2017년 9962곳보다 4%가량 늘었다. 반면 NH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 점포수는 2017년 3578곳에서 지난해 2780곳으로 줄었다. 지난해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오프라인 점포를 금융서비스 접근 경로로 사용한다는 비율이 50대 44%, 60대 80.7%로 고령층에서 특히 높았다.
여기에 법인세율 상향 방침도 상호금융기관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안이 반영되면 농축협 중 260곳이 법인세 약 2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농축협들이 신용사업에서 창출한 수익을 바탕으로 농축산물 생산·유통 지원, 배당 등의 환원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농촌 주민들의 실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도시농협들도 현행 법인세를 기본값으로 도농상생기금과 농촌농협 지원사업을 하고 있어 타격이 우려된다. 도시농협은 2024년말 기준 도농상생기금 7988억원을 조성해 농촌에 지원하고 있다.
서울 지역농협의 한 상임이사는 “매년 약 3억원의 도농상생기금을 출연하고 있고, 1억원 규모로 농촌 의료 지원사업도 하고 있다”며 “조세특례가 축소되면 농촌 지원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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