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 이어졌던 2014·2015년 가격 반영되면서 하향곡선
가격 조금만 올라도 소비자 “비싸졌다” 소비 위축 우려
‘평년에 비해 배춧값이 고공행진 중입니다.’, ‘사과 가격이 지난해는 물론 평년보다도 비쌉니다.’ 올해 어쩌면 이 같은 말이 자주 들릴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농산물 값이 비싼 게 아닌데도 말이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2년간 전반적인 농산물 시세의 약세 속에 올해 배추와 무는 물론 사과·배·감귤 등 주요 농산물 품목의 평년값이 내려가고 있다. 평년값은 최근의 농산물 시세를 논할 때 기준이 되는 값이기에 이 평년값이 내려간다는 것은 시세가 조금만 올랐다 쳐도 크게 오른 것으로 소비자들이 인식, 소비에 찬물을 끼얹을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가격 정보 등에 따르면 평년값은 올해를 뺀 최근 5년간의 해당 일에 대한 최댓값과 최솟값을 제외한 3년간의 평균값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2016년 1월 11일 배추 평년 도매시세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매해 1월 11일 배추 도매시세 중 최고치와 최저치를 뺀 3년간의 평균값이 평년값이 되는 것이다.
2016년으로 넘어오면서 이 농산물 평년값은 2010~2014년에서 2011~2015년으로 조정됐다. 한마디로 시세가 높았던 2010년이 사라지고 2014년에 이어 약세가 이어졌던 2015년이 평년 시세에 반영된 것이다. 2010년을 돌아보면 당시 배추와 무 등에서 높은 시세가 유지됐다. 연일 배춧값이 높아 ‘금추’라는 말이 돌았고, 언론에선 ‘폭등’이라는 말까지 오르내렸다. 또 사과와 배, 감귤 등 주요 과일 품목 시세도 전반적으로 2015년보다 높게 형성돼 있었다.
실제 지난달 가락시장에서의 주요 품목별 시세를 2010년 12월과 비교해 보면 가락시장에서 10kg 상품 기준 배추 평균 도매가격은 2015년 12월에는 3559원이었던 반면 2010년 12월엔 1만56원이었다. 무도 지난달엔 18kg 상품 기준 7701원이었지만 그 5년 전 12월에는 1만4804원에 이르렀다. 과일도 대동소이. 배(신고)의 경우 15kg 상품 기준 2015년 12월엔 3만1570원으로 2010년 12월의 3만9338원과 차이를 보였고, 귤 역시 2015년 12월엔 1만946원이었지만 2010년 12월엔 1만7400원의 시세가 형성됐었다. 사과의 경우 2015년과 2010년 경매 단위 기준이 10kg과 15kg으로 달라 정확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지만 대략적으로 같은 규격을 기준으로 하면 30% 이상 시세가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2010년에 비해 2015년이 평년값으로 대체 반영되면서 자연스레 평년값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2015년이 2014년 못지않게 약세가 지속된 품목이 많았던 반면 2010년에는 그 전후년도보다 시세가 높았던 품목이 많아 평년값은 어느 해보다 낮게 형성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올해 대체적으로 소비경기가 좋지 않다는 전망치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농산물 값만 오르고 있다’는 식의 그릇된 여론이 형성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매시장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나 전자제품, 의류 등을 놓고 봐도 알 수 있듯 상품의 평년값이 해가 지나도 낮아지는 분야는 농산물밖에는 없을 것”이라며 “그런데 이런 낮아진 평년값을 이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평년이나 지난해보다 농산물 값이 비싸졌다는 식으로 해석하면 이는 오류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지난 2년간 낮은 시세로 힘들었던 산지와 시장의 어려움은 한층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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