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논콩 재배면적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논에 벼 대신 심도록 유도한 논콩 생산량이 최근 급속도로 늘어났는데 소비처 확보는 병행되지 않으면서 재고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쌓인 탓이다.
본지 취재 결과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콩 생산자단체 등을 불러 논콩 재배면적 조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콩 비축 여력이 한계에 몰렸다는 이유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콩 생산량은 2022년 13만t, 2023년 14만1000t, 2024년 15만5000t으로 늘었다. 논콩이 2023년 시작된 전략작물직불제 대상 품목으로 지정되면서 생산량을 끌어올렸다는 게 농식품부 분석이다.
지난 몇년간 농식품부는 식량안보를 위해 콩을 매해 6만t 수매하되, 벼 재배면적 감축 효과가 있는 논콩은 전량 사들인다는 방침을 이어왔다. 계획량인 6만t에 못 미치던 수매량은 논콩 생산량 증가에 따라 2023년 3만3000t, 지난해엔 4만9000t까지 늘었다. 하지만 국산 콩의 낮은 가격경쟁력 때문에 수매량 대부분은 정부 비축창고에 쌓여 있는 실정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비축 재고는 8만8000t으로 1년 전(4만9000t)의 갑절로 늘었다.
앞으로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2만2400㏊였던 논콩 재배면적이 올해 3만5000㏊(전략작물직불제 신청 면적)까지 늘어나면서다. 지난해 콩 단수(10ａ당 209㎏)를 적용하면 7만3150t이 생산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논콩은 밭콩보다 단수가 높아 실제론 더 많을 수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생산자단체에 1만㏊가량 감축해야 할 필요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올초까지도 논콩 재배를 장려하던 농식품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꾸자 농가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농정과 생산자 간 ‘10년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비판한다. 윤관호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2016년 쌀값 대폭락 때 정부 제안을 받아들인 농가가 자발적 운동으로 논에 콩을 심기 시작했고 이후 2018년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2020년까지 한시 시행)을 거치며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장비 구매와 배수 개선 등에 수억∼수십억원을 투자한 농가가 상당수 있고, 청년농들도 쌀보다 높은 소득을 기대하며 논콩에 진입했는데 당황스럽다”고 했다. 들녘중앙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콩 자급률 목표치 제고와 비축량 확대 등을 요구했다.
농가는 이번 일이 쌀 생산 감축 목표만을 좇으며 타작물의 판로문제는 도외시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장은 “전략작물직불금 단가를 높이되 수매가는 낮추자고 농가를 설득해 국산 콩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거나 현재 정부가 손해를 보며 판매하는 수입 콩 가격을 현실화해 국산 콩과 가격차를 줄여야 했는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현재 정부의 콩 매입가격은 1㎏당 4800원(일반콩 대립종 특등급 기준)이고,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들여와 실수요업체에 판매하는 수입 콩 가격은 1400원(직배 기준)으로 3배 수준의 차이가 난다.
이같은 일이 다른 품목에 재현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양곡관리법’을 개정하면서 당정은 벼 재배면적을 강력히 조정해 쌀 시장격리 발동은 최소화하겠다고 했는데, 벼 대신 논에 심은 특정 타작물이 과잉 생산되는 풍선효과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실제 또 다른 전략작물인 밀과 가루쌀(분질미)도 수요 부진문제를 겪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논콩 재배면적 조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내용으로 농가와 협의를 통해 결정할 사항”이라면서 “국산 콩 소비 활성화와 대체 타작물 발굴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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