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쌀값이 22개월 만에 21만원대에 올라서며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가 정부관리양곡 방출을 공식화했다. 수확기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는 ‘대여’ 방식으로 쌀을 실수요 업체에 공급해 쌀값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통계청이 7일 발표한 8월5일자 산지 쌀값은 80㎏들이 한가마당 평균 21만1600원을 기록했다. 이는 7월25일(20만9312원)보다 1.1% 오른 값이다. 산지 쌀값이 21만원을 넘어선 것은 2023년 10월5일(21만7552원) 이후 처음이다.
산지 쌀값 상승세에는 쌀 재고량 부족이 영향을 끼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쌀 재고량은 37만5000t으로 4월말(71만2000t)보다 47.3% 감소했다. 재고가 줄면서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산지 유통업체의 원료곡(벼) 확보 경쟁이 일어나면서 쌀값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산지 쌀값이 21만원을 넘어서자 정부는 비축미 방출 계획을 밝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관리양곡 3만t을 (업체들에) 빌려주는 방안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관리양곡을 ‘대여’ 형태로 방출하는 방식이다. RPC 등 원료곡이 부족한 업체에 정부관리양곡을 우선 공급하고, 2025년산 쌀 수확기 이후 돌려받아 다시 비축하는 것이다. 방출한 물량을 그대로 회수하기 때문에 수확기 쌀값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농식품부 판단이다. 회수할 때는 가격과 물량을 모두 고려해 ‘가치’에 변동이 없게끔 한다는 구상이다.
방출규모는 농경연 추산으로 결정됐다.
농경연은 최근 6월말 재고(37만5000t)를 기준으로, 평년 쌀 재고 소진량을 적용하면 양곡연도말(10월말)에는 약 3만t의 쌀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 자료를 농식품부에 전달했다.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관계자는 “시장격리와 정부관리양곡 공매가 없어 시장 균형이 이뤄졌다고 판단되는 2019년 6월말 재고가 40만t”이라며 “올해 재고량이 그때와 유사하기 때문에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 판단됐고, 이에 시장 부족분(3만t)에 대해서만 방출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같은 판단에도 현장에선 원료곡 부족 현상이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8월 중하순부터 조생종 벼 수확이 시작되지만 출하량이 많지 않아 3만t 방출만으로는 원료곡 부족을 해갈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조생종 벼 재배면적은 전체의 7.7%로 조사됐다. 당초 RPC 업계는 쌀 부족 물량을 12만∼13만t 수준으로 추산했다.
김명환 GSn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일반적으로 한달간 평균 쌀 소비량이 20만∼25만t이기 때문에 8월말이면 현재 재고가 모두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며 “조생종 벼 출하량이 수요를 충족시킬 정도로 많지 않기 때문에 정부관리양곡 3만t을 방출하더라도 현재 추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자들은 처음 시도되는 대여 방식에 대해 불안감을 나타냈다.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쌀을 빌려주는 개념이기 때문에 수확기 쌀값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지만 수확기에 쌀이 풀린다는 것은 변함없기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단언할 수 없다”며 “수확기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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