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정 신뢰’ 스스로 무너뜨리는 정부
한국농어민신문 2025. 8. 8
논콩과 가루쌀 등 전략작물 재배면적을 줄이겠다는 정부 방침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거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3년 ‘쌀 적정생산 대책’을 수립하고 "사후 격리보다 사전 수급조절이 중요하다"는 논리로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 벼 대신 논콩과 가루쌀 재배를 장려했다. 올해는 ‘벼 재배면적 8만ha 감축’을 추진,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현장의 우려에도 불구 직불금 단가 인상, 전량 수매, 기계장비 지원 등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총 동원, 농가 참여를 유도해왔다. 그게 불과 올해 상반기까지의 일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수요 부진과 비축 부담 등을 이유로 논콩은 30~40%, 가루쌀은 절반 이상 재배면적을 줄이겠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다. 정부가 스스로 내세운 전략의 실패를 인정한 것이자, 정책에 협조한 농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며, 국가 정책에 대한 현장의 신뢰를 근본부터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예견됐다고 지적한다. 이미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는 타작물 수매와 비축만으로는 가격 폭락을 막을 수 없고, 소비기반 확대가 시급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요 확대나 소비기반 구축보다는 생산 장려에만 급급했고, 이제와서 그 책임을 농민에게 전가하고 있다. 수요 창출을 위한 투자와 제도 정비에는 소극적이면서, 가장 쉬운 선택인 ‘면적 감축’으로 대응하는 것은 농정의 무능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작목 전환은 토양·기후·기계화 조건이 다르고, 수확·가공·유통까지 장기적 설계가 필요한 영역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략작물 면적 감축 방침을 전면 재검토, 정책에 협조해온 농가 피해가 없도록 책임 있는 보완책과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해 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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