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매년 연평균 강수량(1300mm)의 40% 이상이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내리는 장마철을 겪는다. 그러나 지금의 장마는 예년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2022년 기상청에서 발간한 ‘장마백서’에 따르면 넓은 지역에 고루 분포되던 장마전선의 패턴은 점차 사라지고 국지적이고 집중적인 패턴으로 바뀌며 하루에도 고온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이상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7월에는 ‘대기의 강’을 따라 형성된 선상(線狀)강수대 영향으로 많은 수증기가 유입되어 경남 산청지역에는 나흘 만에 약 800mm의 강우량이 내리는 등 역대급 호우가 발생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이례적인 상황이 새로운 장마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상 강우로 인해 매년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그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저지대 농경지는 상습적인 침수로 더 이상 경작이 어려운 지역이 속출하고 농민의 경작 의지마저 꺾고 있다. 정부에서는 배수장을 만들어 침수를 예방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자연의 힘 앞에 기계적인 배수는 그저 무력할 따름이다. 배수개선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성토를 통해 농경지를 침수위선 위로 올리는 것이고, 그것이 어려울 때 최후의 수단이 강제 배수를 위한 배수장의 설치다.
그러나 물리적 배수 능력을 확장하기 위한 배수장 설치와 가동은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대응 수단에 불과하다. 지금과 같은 이상기후에서는 배수장을 아무리 가동해도 밀려오는 물량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하천수위가 급격히 상승해 배수장이 침수되고 전력이 차단되어 더 이상 가동이 어려워지면 대규모 침수 피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저지대 농경지의 상습적인 침수 방지를 위한 해법은 과거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바로 ‘하천준설’이다. 하천을 파내 물그릇을 키우고, 준설토를 활용해 저지대 농경지를 성토하면 상습 침수를 방지할 수 있다. 2011-2012년 전국적인 대규모 하천 준설을 통해 7709ha에 달하는 저지대 농경지를 평균 2.5m 이상 성토한 사례가 있다. 그 결과 하천수위가 올라도 물 막힘없이 배수되어 해당 농경지는 더 이상 침수가 없었다. 물에 잠기는 ‘몹쓸 논’이 아니라 침수 없는 우량 농경지로의 대변신이다.
농경지 성토의 효과는 단순히 침수 피해 방지에 끝나지 않았다. 논농사만 가능했던 지역에 밭작물과 시설원예 등의 고소득 특용작물 재배도 가능하게 되어 농가소득이 크게 늘었다. 그뿐만 아니라, 기계화 영농이 가능하게 하는 영농규모화사업과 농지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흩어진 농지를 한데 모을 수 있도록 땅을 바꾸는 환지와 농지 매매・임대를 유도하여 농지의 대규모 단위 구획화도 병행할 수 있어 농지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쟁점이 되는 충북의 궁평지하차도 참사에 미호강 준설을 하지 않은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전문가들의 중론이 있었다. 미호강뿐만 아니라 2012년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국의 모든 강과 하천들은 환경논쟁에 밀려 준설을 할 수 없었다. 환경에 밀린 치수 정책으로 최소한의 토목사업도 추진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국가 정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무엇보다 우선시하여야 한다. 조선시대 영조도 청계천의 잦은 범람으로 고통받는 백성을 위해 준천소(浚川所)라는 관청을 두고 20여만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청계천 준설작업을 실시하며 그 기록물로 준천계첩(浚川稧帖)을 발간 한 바 있다. 정부는 수자원관리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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