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국회에선 한미 관세 협상을 주도한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참석해 통상 관련 현안 질의가 이어졌다. 사진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회 통상관련 현안 질의 출석
국익 고려해 전략적 접근 강조
미국산 사과 수입 불안 확산에
농가에 정확한 정보 제공 주문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8. 8
한미 관세 협상을 주도한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지난 6일 국회에 출석해, 최근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된 검역 절차 간소화 및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 추가 개방 우려에 대해 “추가 개방은 없었고, 검역 간소화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제히 선을 그었다.
이들은 “정부를 믿어 달라”고 당부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국내의 과도한 논의가 오히려 미국 측에 협상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경계했다. 다만 AI 활용 등을 통한 검역 절차 효율화가 추진되면서, 그동안 절차 문제로 수입이 지연돼 온 미국산 사과의 수입이 임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각각 출석해 통상 관련 현안질의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백악관 대변인이 SNS 및 브리핑에서 ‘농산물 완전개방’을 언급한 점, 국내 일부 언론에서 검역 절차 생략 또는 간소화 가능성을 보도한 점 등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의혹을 집중 질의했다.
이에 대해 구윤철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쌀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쌀 개방 가능성을 둘러싼 국내 논란이 계속되면, 미국은 ‘한국이 곧 열릴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국익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를 믿어 달라”고도 말했다.
김정관 장관 역시 “일부 언론에서 검역 절차가 생략되거나 간소화되는 것처럼 보도됐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검역은 과학적 기준에 따라 철저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통상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 전담 데스크’ 신설을 검토 중이며, 이를 통해 검역 절차가 보다 신속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검역 절차 지연으로 수입이 막혀 있던 미국산 사과 등 과채류의 수입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미국 측은 한국의 검역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양국 간 검역 협력 강화를 위한 전담 데스크 구축은 그런 협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구 부총리는 “미국이 검역 절차의 과학화·합리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AI를 포함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정보를 빠르게 확보하고, 검역 절차 전반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현재 8단계에 이르는 검역 절차 가운데, 미국산 사과는 2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검역 절차 간소화가 현실화될 경우 수입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임이자 기획재정위원장은 “지금 발언만 보면 수입이 임박한 것처럼 들린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사과 검역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사과 농가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사과 농장은 조성에서 수확까지 5~7년이 걸리는 장기 투자작물”이라며 “정부가 검역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투자 후 미국산 수입으로 가격 폭락이나 판로 상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검역 절차와 통상 협상 과정에선 국민과 농민에게 가감 없이 숨김 없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재위 전체회의에선 농업 홀대 논란을 키운 발언도 나왔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를 절대 수입 개방 못한다고 레드라인으로 설정하고 들어갔냐”는 질의에 구 부총리가 “쌀하고 소고기는 레드라인을 설정했다”고 답하자, “30개월령 이상 소고기에 대한 일정 부분을 내주더라도 우리 주요 수출품목에 조금이라도 관세가 깎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농업계에선 지난 수십년간 자동차 등 제조업 수출을 위해 희생을 감내해 온 농업계를 무시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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